[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위안화 환차손 눈덩이…'중국판 키코' 터지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변동폭 확대 후 위안화 가치 급락
위안화 환율파생상품 손실 급증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위안화 환율파생상품 손실 급증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위안화 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올 들어 최고치와 비교하면 3% 떨어졌다. 이달 17일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1%→±2%) 이후로는 1.3% 하락했다. 중국 외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규모축소(테이퍼링) 추진에 들어간 이후 미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를 기대하는 심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중국으로 유입됐던 외국 자금이 꾸준히 나가는 추세다. 재닛 옐런 미 Fed 의장의 조기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후 이런 흐름이 더 뚜렷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2월 들어 수출이 18.1% 급감하면서 무역수지가 230억달러 적자로 돌아선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 경제 최대 성장동력인 수출이 무너지면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던 각종 비관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경착륙 위험이, 중장기적으로 중진국 함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금융위기설’이 가세하면서 소위 ‘3대 차이나 위기설’이 동시에 나타나는 형국이다.
예측 기관들은 올해도 위안화 가치가 지속해서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 들어 위안화 절상 속도가 의외로 빠르자 3월 안에 달러당 6위안 선이 붕괴될 것으로 예상한 시장 참여자도 많았다. 이 때문에 중국 수출기업들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3500억달러, 우리 돈으로 380조원에 달하는 위안화 환율 파생상품인 ‘TRF(Target Redemption Forwards)’에 가입했다.
TRF란 위안화 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수출기업이 가입한 환헤지 파생상품이다.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 수익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절하돼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손실이 급증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절상될 것이라는 원화 가치가 대폭 절하돼 그 여파가 아직도 지속되는 ‘키코(KIKO)’와 같은 상품이다.
중국 수출기업이 가입한 TRF는 위안화 환율(가입 기업 평균)이 달러당 6.2위안 이상 오르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위안화 가치가 6.29위안에 근접한 점을 감안하면 이미 4000억원 이상 손실이 났다. 앞으로 달러당 0.1위안 오를 때마다 매달 22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고, 달러당 6.5위안까지 오르면 손실액이 연간 7조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 단계에는 단순히 투입되는 생산요소만 늘리는 ‘외연적 성장경로’를 거친다. 이 경로가 한계에 부딪히면 이후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연적 성장경로’로 이행된다. 현재 중국 경제도 성장경로 이행 과정에서 임금 상승, 부동산 거품 등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런 후유증에 대비할 목적으로 2004년 하반기부터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해 왔다. 특히 2010년을 전후로 1단계에는 물가, 2단계에는 부동산 거품을 잡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단계별로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 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됐다.
긴축 통화정책 운용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 경기마저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봉착했다. 중국 경기가 경착륙에 빠진다면 나선형 악순환 국면에 ‘경기침체’라는 한 고리가 추가된다. 이런 상황이 우려되면 중국 내 유입됐던 핫머니 자금이 급속히 이탈되면서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진다. TRF, 즉 중국판 키코사태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말에는 4조5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환율제도도 하루 변동폭을 2%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나선형 악순환 고리에 빠지거나, 자유변동환율제인 한국의 키코처럼 TRF 부실 뇌관이 급속히 터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 절하세가 지속되면 TRF의 손실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부실이 심했던 상하이차이나솔라, 하이신철강 등 일부 중국 기업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에서 TRF 손실까지 덮칠 경우 부실 기업 수가 의외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문제다. 최소자승법 등으로 위안화와 원화 간 동조화 계수를 구해보면 0.57로, 위안화 가치가 1% 절하되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더라도 그 폭은 0.5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최대 경쟁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원화 가치보다 더 떨어지면 한국 수출과 경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각종 중국펀드와 위안화 예금 등에 가입한 국내 투자자의 손실이 우려된다. 중국 관련 금융상품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전제로 가입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8월 말 3억달러에 불과했던 위안화 예금이 올해 2월 말에는 76억달러로 급증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대외적으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규모축소(테이퍼링) 추진에 들어간 이후 미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를 기대하는 심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중국으로 유입됐던 외국 자금이 꾸준히 나가는 추세다. 재닛 옐런 미 Fed 의장의 조기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후 이런 흐름이 더 뚜렷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2월 들어 수출이 18.1% 급감하면서 무역수지가 230억달러 적자로 돌아선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 경제 최대 성장동력인 수출이 무너지면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던 각종 비관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경착륙 위험이, 중장기적으로 중진국 함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금융위기설’이 가세하면서 소위 ‘3대 차이나 위기설’이 동시에 나타나는 형국이다.
예측 기관들은 올해도 위안화 가치가 지속해서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 들어 위안화 절상 속도가 의외로 빠르자 3월 안에 달러당 6위안 선이 붕괴될 것으로 예상한 시장 참여자도 많았다. 이 때문에 중국 수출기업들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3500억달러, 우리 돈으로 380조원에 달하는 위안화 환율 파생상품인 ‘TRF(Target Redemption Forwards)’에 가입했다.
TRF란 위안화 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수출기업이 가입한 환헤지 파생상품이다.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 수익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절하돼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손실이 급증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절상될 것이라는 원화 가치가 대폭 절하돼 그 여파가 아직도 지속되는 ‘키코(KIKO)’와 같은 상품이다.
중국 수출기업이 가입한 TRF는 위안화 환율(가입 기업 평균)이 달러당 6.2위안 이상 오르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위안화 가치가 6.29위안에 근접한 점을 감안하면 이미 4000억원 이상 손실이 났다. 앞으로 달러당 0.1위안 오를 때마다 매달 22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고, 달러당 6.5위안까지 오르면 손실액이 연간 7조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 단계에는 단순히 투입되는 생산요소만 늘리는 ‘외연적 성장경로’를 거친다. 이 경로가 한계에 부딪히면 이후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연적 성장경로’로 이행된다. 현재 중국 경제도 성장경로 이행 과정에서 임금 상승, 부동산 거품 등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런 후유증에 대비할 목적으로 2004년 하반기부터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해 왔다. 특히 2010년을 전후로 1단계에는 물가, 2단계에는 부동산 거품을 잡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단계별로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 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됐다.
긴축 통화정책 운용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국 경기마저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봉착했다. 중국 경기가 경착륙에 빠진다면 나선형 악순환 국면에 ‘경기침체’라는 한 고리가 추가된다. 이런 상황이 우려되면 중국 내 유입됐던 핫머니 자금이 급속히 이탈되면서 위안화 가치는 더 떨어진다. TRF, 즉 중국판 키코사태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말에는 4조5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환율제도도 하루 변동폭을 2%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나선형 악순환 고리에 빠지거나, 자유변동환율제인 한국의 키코처럼 TRF 부실 뇌관이 급속히 터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 절하세가 지속되면 TRF의 손실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부실이 심했던 상하이차이나솔라, 하이신철강 등 일부 중국 기업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에서 TRF 손실까지 덮칠 경우 부실 기업 수가 의외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문제다. 최소자승법 등으로 위안화와 원화 간 동조화 계수를 구해보면 0.57로, 위안화 가치가 1% 절하되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더라도 그 폭은 0.5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최대 경쟁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원화 가치보다 더 떨어지면 한국 수출과 경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각종 중국펀드와 위안화 예금 등에 가입한 국내 투자자의 손실이 우려된다. 중국 관련 금융상품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전제로 가입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8월 말 3억달러에 불과했던 위안화 예금이 올해 2월 말에는 76억달러로 급증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