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이 해임되고 조합사무실 점거 사태가 벌어지는 등 갈등이 극심했던 서울 상계4구역 단독주택재건축조합은 2011년 새 조합장과 집행부가 들어서며 환골탈태했다. 몇 백원의 지출내역까지 기록한 금전출납부와 수입·지출 결산서를 월별 ‘조합 소식지’(45호 발행)로 만들어 우편 발송해 조합원들의 의혹을 불식시켰다. 3년간 이 조합이 사용한 3억9000원 중 간이영수증은 단돈 14만5000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카드로 투명하게 지출됐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모범적으로 추진하는 상계4구역, 천호1구역, 서초 우성3차, 영등포 상아현대 등 4개 조합을 선정해 17일 공개했다. 과거 정비사업은 조합장이 운영비를 개인 통장으로 관리하거나 집행부가 비용을 부풀리는 식의 부조리가 많았다. 이 때문에 소송도 많고 사업을 결산할 때 주민 부담금이 늘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시는 투명한 자금운영과 주민간 소통으로 무너져 가는 사업을 다시 일으켜세운 사례들을 검증·발굴했다.

단독주택재건축인 상계4구역은 조합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총회 개최 시 ‘OS요원’으로 불리는 아웃소싱 진행요원들을 부르지 않고 공공장소를 이용하기도 했다. 전 집행부가 총회 한 건당 3663만원을 쓴 반면 현 조합은 918만원을 쓰면서 총회 개최비용만 총 1억980만원을 절약했다. 윤정순 조합장은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 차근차근 사업을 추진해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우성3차 재건축조합은 투명한 사업 진행으로 2010년 7월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후 작년 12월 이주까지 3년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서울시내 다른 사업장 평균 기간(6년 1개월)에 비해 2년 이상을 단축해 연 1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차입금’ ‘운영비’ 등 용도별로 6개의 통장에 자금을 분리한 뒤 사용해 운영의 투명성도 높였다. 연간 한 차례 개최하던 결산보고회도 분기별로 바꿨다. 조합 사무실은 상가 옥상 창고 등을 활용해 임대료만 2000만원을 절감했다.

강동구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에는 집창촌과 전통시장 4곳이 포함돼있어 6년간 조합설립조차 못했다. 의결권을 가진 토지등소유자는 171명이나 공유자(공동소유자)를 포함한 권리자가 463명에 달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조합은 간담회를 42회 개최하고 조합사무실에 공개 서류를 배치해 열람하도록 하는 등 주민들을 적극 설득시켜 사업을 추진했다.

영등포 상아현대재건축조합은 추진위원회의 부조리와 갈등에 대해 주민들 스스로 44일간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사업을 정상화했다.

서울시는 이들 모범조합에 대해 행정적인 지원과 함께 공공의 신용대출 금리를 4.5%에서 3%(담보대출 금리)로 낮춰 적용받게 할 계획이다. 또 이들의 사례를 시 재개발·재건축 전문 사이트인 ’클린업시스템(http://cleanup.seoul.go.kr)을 통해 전파한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모범 조합사례를 계속 발굴하고 내달 중 회계규정, 예산, 업무규정 등 바른조합을 운영하기 위한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해 서울시내 각 조합에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