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서는 ‘암덩어리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그림자 규제’를 꼽는다. 규정에는 ‘자율’로 돼 있으나, 금융감독당국이 전화 등을 통해 사사건건 간섭하는 ‘간접 규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업계의 창의성이 발휘될 기회가 없고, 금융사들이 취급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은행들은 수수료 인상 억제를 보이지 않는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다. 규정에는 은행 자율로 돼 있는데도, 소비자보호를 이유로 지속해서 인하압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당국의 압박을 받아 점차적으로 송금, 담보조사 등 각종 수수료를 줄이거나 폐지했다. 그러다 보니 수수료 수익이 포함된 지난해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은 4조2000억원으로 전년(4조5000억원)보다 3000억원 감소했다.

한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하지만 수수료나 금리가 은행 간 경쟁의 결과물로 나타나야 바람직하지 일방적으로 인하토록 몰아붙이는 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책기조에 따라 자금지원을 하도록 은행들을 압박한 것도 대표적인 규제 사례에 들어간다. 금융당국이 대출 및 보증 규모가 3조원에 이르는 STX조선에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추가 자금을 지원토록 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STX조선 채권의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보이지 않는 규제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보험업계에선 자동차보험료 결정체계에 대한 불만이 높다. 자동차보험료는 회사 자율로 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 물가지수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자동차보험료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2010년 3%가량 인상된 뒤 이후부터 동결 또는 소폭 인하를 반복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적자는 1조원에 달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