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 청사진이 나왔다.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는 행사명 그대로 무역·투자를 지역발전 전략과 직결시킨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수출확대나 기업투자 유도가 중앙정부만의 일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도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는 원칙이 정립된 자리로 평가할 만하다. 요컨대 새로 발표된 그린벨트 해제지역에서 상가나 공장 건설도 이제 지자체가 주도하라는 것이다. 시도별 지역발전 특화 프로젝트도 중앙은 말 그대로 지원에 그치겠다고 한다.

지역경제활성화 정책의 권한과 책임이 실제로 지방으로 넘어간다면 한국의 지방행정은 상당한 전기를 맞게 된다. 문제는 지방의 역량이다. 재정형편을 도외시한 대형 프로젝트로 파산지경인 지자체가 잇따르는 중이다. 지방개발공사의 난립을 보면 어디서나 틀에 박히고 근시안적이며 복제품들이다. 그러다 좌초하면 중앙정부에 손 내밀고 그래도 감당이 안 되면 정치권에 호소한다는 식이다. 선거는 지방의 떼쓰기 통로였다. 민선 6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태 정치는 또 꿈틀거린다. 그러면서 규제 권한만큼은 엄청나다. 지방행정의 책상 아래에는 예외없이 ‘손톱 밑 가시’가 있다. 대통령은 건설·유통·관광 분야를 지역밀착형 사업규제로 적시해 획기적인 개혁을 강조했다. 중앙에서 위임받은 인허가 규정이나 절차의 간소화도 주문했다.

지방으로 권한이 넘어가면 과연 기대하는 결과를 낼 것인가. 의구심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지방산업단지가 없는 곳이 없고 그 대부분이 장기간 텅텅 비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복투자나 정치성 정책의 후유증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난개발이나 환경문제는 피할 길이 없다. 지방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발전은 절실한 과제지만 지방행정은 중앙보다 암초가 더 많다. 재정은 구조적으로 취약하고 취약한 만큼 중앙의 감독과 간섭은 점점 늘어만 간다. 한때 지방분권이란 정치색 구호도 횡행했다. 하지만 공기업 본사의 강제 이전, 혁신도시건설 같은 인위적인 재원 배분은 부작용도 컸다. 결국 지방 스스로 변신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6월 선거가 시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