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V·I·P(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증시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냈던 동남아 3개국 증시가 아시아 주요 증시 성적을 넘어섰고, 일부 유럽 증시를 제외하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할 만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남아 'V·I·P 증시' 신흥국 우등생으로
인도네시아의 반전이 가장 눈에 띈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작년 하반기 11% 하락했지만 올 들어 9.4% 올랐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작년 달러 대비 21% 급락하는 위기를 겪었다가 올 들어 5% 가까이 반등했다.

WSJ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경상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 노력한 점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인도네시아 경상수지 적자는 40억달러로, 3분기 85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로스 테버슨 스탠더드라이프 펀드매니저는 “개별 증시의 큰 변동성이 오히려 매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며 “동남아 중에서도 인도네시아가 가장 좋은 투자처”라고 말했다.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베트남 증시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상장 소식도 잇따르면서 올 들어 14.84% 뛰었다. 필리핀 증시의 PSEi지수는 지난해 1.3% 상승에 그쳤지만 올 들어 10.65% 오르고 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하락했다. 필리핀 증시의 최근 PER(12개월 예상순이익 기준)은 18.9배로, 1년 전의 20.7배보다 낮아졌다. 인도네시아도 17.6배에서 16.3배로 떨어졌다. 이는 상장기업의 실적추정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PER이 낮을수록 주식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데니스 림 프랭클린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지난해 아시아에서 최악의 성적을 내던 국가들은 매도세가 과했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다른 지역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V·I·P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는 연초만 해도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됐던 나라다. 리 킹 푸에이 슈로더싱가포르의 아시아담당은 “작년 말 테이퍼링 공포가 너무 과장된 탓에 대량 투매현상이 있었고, 이제 저가 매수 기회가 왔다는 판단에 투자자가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라고 모두 한배를 탄 건 아니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증시는 올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WSJ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하나의 투자그룹으로 묶는 시대는 지났다”며 “개별 국가의 경제 상황을 세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동남아 5개국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중국 FDI 규모를 넘어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작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5개국에 대한 FDI가 총 1287억달러(약 137조원)로 전년보다 7% 증가해 중국(1176억달러)을 넘어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