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나를 작가로 키운 8할은 자학"
“날 작가로 키운 8할은 자학인지도 몰라. 외부세계와의 불화가 자학으로 돌아와 내부분열을 만들어. 그럼 늘 위태로운 상태가 되고, 글 쓰는 강력한 추동력이 생기지. 내 길이 왕도라고 말하진 않겠어. 분명한 건 위태롭지 않으면 창조적 상상력은 잠잔다는 거!”

소설 ‘은교’로 유명한 박범신 작가(68·사진)가 자신의 트위터 글을 모아 책 ‘힐링’을 냈다. 책은 작가가 “세상 끝에 버려져 있다고 느끼는 미지의 누군가도 내 짧은 문장을 읽고 나처럼 느끼기를 바란다”며 써내려간 짧은 글 모음집이다.

박 작가는 2011년 11월 고향인 충남 논산으로 내려갔다. 탑정호가 바라다보이는 호숫가 외딴집, “이 호숫가 밤의 고요는 감당하기 힘든 면이 있다”는 작가는 트위터를 시작한 계기도 책에 한 줄 담았다. “먼 데 누구에게 SOS 모스부호라도 날리고 싶은 날엔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낯모르는 누군가로부터 멘션이 오면 그럼 나 혼자 어둠 속 걷는 게 아니구나.”

‘문학은 목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라고 표현하며 40년 문학인생을 이어온 박 작가. 작가로서의 자세와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찾아볼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뭔가 떠오를 때 책상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것이 헌신이다. 많은 사람들이 뻔한 ‘사교계’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하소로 시간을 낭비한다. 그런 사람은 기실 거의 쓰지 않는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에 억압돼 있을 뿐이다.” “문장이 문장을, 말이 말을 줄줄이 불러오는 거, 신명 나지만 안 좋아. 생각이 문장을 불러오도록 기다려. 머뭇거리는 습관, 그게 짱이야.”

이젠 칠순을 바라보는 원로가 된 작가의 ‘세상 사는 법’도 들어 있다. “오욕칠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인다면 세대 차이는 극복이 가능하다. 나이 많다고 꼭 인생을 깊이 이해하는 게 아닌 것처럼 젊다고 꼭 인생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나는 때로 내 또래 친구들보다 어떤 젊은이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때 훨씬 말이 잘 통한다. 젊은 당신들도 그럴 것이다. 나이로 패거리를 만드는 건 세계를 좁히는 것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