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노다지
노다지라면 금부터 떠올리지만 사실은 주요 광물이 묻힌 광맥을 모두 의미한다. 필요한 물건이나 이익이 한 군데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장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발전 속도가 빠른 신흥 주택가에 인접해 있는 걸로 봐서 장차 노다지가 쏟아질 땅인 건 틀림없었다’(박완서 소설 ‘오만과 몽상’ 중) 등으로 쓰인다. 뜻밖의 횡재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조선어사전’(1938)에 처음 등장한 이 말의 어원에 대해서는 별의별 설명이 많다. 먼저 잘 알려진대로 ‘노 터치’설이다. 고종 때 금광 채굴권을 얻은 미국 사람들이 금광석을 탐내는 광부들에게 “함부로 만지지 말라(No touch!·노 터치)”고 외쳤다는 민간어원설인데, 정말 미국인이었다면 “Don’t touch(돈 터치)”라고 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자 ‘놋(노랗다)’과 접미사 ‘-아지’, ‘노(노란)’와 ‘다지(돌)’, ‘노(언제나)’와 ‘다지다(단단하게 하다)’ 등의 설이 이어졌다. 한자 ‘노다지(露多地·자연 상태의 좋은 게 많다)’에서 왔다거나 광산용어 ‘노두(露頭·광맥이나 석탄층 따위가 드러난 부분)’와 ‘땅 지(地)’를 결합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노두지’도 사전에 없는 말이어서 유래가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땅 속에서 캐는 석유를 ‘검은 노다지’, 우라늄을 ‘제3의 노다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가 전매품이었던 소금은 ‘흰 노다지’라고도 했다. 그러고 보면 땅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돈이나 부를 상징하는 말로 쓰인 것만은 틀림없다. ‘통일 대박’의 영어 표현인 보난자(bonanza)와 잭팟(jackpot)도 비슷한 뜻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40대 부부가 집 뒤뜰 나무 밑에 묻힌 녹슨 깡통 속에서 1000만달러(약 107억원) 상당의 19세기 금화더미를 발견했다고 한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다 발을 헛디딘 곳에 보물단지가 묻혀 있었다니 그야말로 엄청난 횡재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부부는 “그토록 고민했던 재정 문제 해결책이 우리 발 밑에 묻혀 있었다”며 금화를 팔아 빚을 갚고 배고픈 이들을 돕겠다고 했다.

골드 러시 때 ‘노다지’를 꿈꾸며 몰려들었던 사람들의 염원이 이 부부에게 돈벼락을 안긴 것일까. 아직도 저렇게 반짝거리는 새 금화를 땅에 파 묻었던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보물단지도 버리고 황급히 떠났을까. 그곳 지명이 골드 컨트리(Gold country)라니 이런저런 궁금증이 더해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