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해병대 전역 예정 장교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특별채용을 하고 있다. 롯데 제공
롯데그룹은 해병대 전역 예정 장교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특별채용을 하고 있다. 롯데 제공
“귀신 잡는 해병이라 귀신 앞에서도 긴장이 안됐는데, 면접관 앞에서는 바짝 긴장되더라고요.”(한기홍 대위) “칼바람 부는 백령도보다 면접장이 더 춥게 느껴졌어요.”(채운석 대위)

‘귀신 잡는 해병’도 입사 면접관 앞에서는 떨고 있었다. 70~100명을 거느리는 중대장들이지만, 면접장에서는 수험생과 다를 바 없었다.

롯데그룹 채용담당 면접관들이 오는 6월 전역하는 해병대 장교를 위해 ‘군부대를 찾아가는 특별채용 면접’을 진행했다. 롯데의 5개 계열사(제과, 칠성, 마트, 하이마트, 코리아세븐) 채용담당자들이 해병 장교를 뽑기 위해 경기도 해병대사령부를 찾은 것이다. 작년에 이어 2년째 진행된 채용 프로그램이다.

면접에 나온 장교 14명은 해병대 사령부의 추천을 통해 선발됐다. 정부교 해병대 대외협력관은 “취업준비 여건이 미비한 전방에서만 5년 이상 복무한 우수 장교”라며 “롯데그룹에 입사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이들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면접에 온 이들의 나이는 29~33세. 복무기간 5~10년인 중기 복무 장교들이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역량면접은 1인당 30~40분씩 진행됐다. 역량면접을 하고 나온 권혁이 대위는 “지원동기, 1분 자기소개, 지원회사인 하이마트와 군생활 중 기억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6년간 군생활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해병대 장교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최고의 유통기업 롯데에서 꿈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마트에 지원한 정성현 대위는 “부대원들과 갈등상황을 잘 해결한 사례를 물었다”고 말했다. “임관 후 부대원들의 ‘소대장 길들이기’에 처음엔 화도 났지만, 진심으로 다가가 말을 건네고 생활관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자고 하면서 먼저 속마음을 열었더니 그들도 다가왔다는 점을 소개했죠.”

여성 장교 2명도 지원했다. 해병대 군생활 7년차인 배은진 대위(롯데마트 지원)는 “결혼한 주부로서 롯데마트 일산점에서 장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적극 어필하겠다”고 말했다. 안혜영 대위(하이마트 지원)는 “체력과 정신력에서 일반 대졸자들보다 더 자신 있다”며 “여군 장교는 대부분 자원 입대자이기에 ‘남군’보다 더 열정적으로 군복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훈련을 받으면서 선후배로 같은 방을 썼다는 이들은 “좋은 결과가 나와 롯데그룹 연수 때도 같은 방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오후에 진행된 인성면접은 면접관 2명에 지원자 3명이 나란히 앉아서 면접을 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면접장을 막 나온 송은희 대위(코리아세븐 지원)는 “멘붕이었다”며 “일반 사회를 모르고 정보도 턱없이 부족해 예상 질문과 대답을 외우고 또 외웠는데 면접관의 질문에 앞이 깜깜했었다”고 전했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한기홍 대위(롯데마트 지원)는 “‘해병대가 나를 철들게 했다’고 말해 면접장이 웃음바다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해병대에서 사람을 신뢰하고 신뢰시키는 법을 배웠다”며 “부족해도 열심히 노력하면 못할 게 없다는 것도 해병대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에 지원한 최원희 대위는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초등학교 때 전단을 돌리는 것을 시작으로 중학교 때는 군고구마 장사, 고교 시절엔 노래방 ‘알바’로 다져진 영업정신을 어필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해병대 리더십까지 덧붙이면 분명히 뽑아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날 면접관으로 참석한 김진성 롯데그룹 인사팀 수석은 “장교들은 국가기여형 인재로서 리더십·책임감·국가관이 검증된 인재”라며 “앞으로도 롯데는 해병정신으로 무장된 해병장교를 계속 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면접 결과는 오는 27일께 발표될 예정이며, 입사일은 전역 후인 7월 중이다. 롯데는 내달 중 전역장교를 대상으로 한 채용설명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