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월의 세금' 불평 없게 차라리 신고납부로 바꾸자
그렇지만 이는 진작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정부가 월급에서 미리 세금을 떼가는 원천징수액을 전년보다 10% 정도 줄인 데 따라 벌어진 일이다. 내야할 총 세금은 같지만 세금을 먼저 떼느냐, 나중에 떼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다. 세금 총액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결국 조삼모사 논쟁에 불과하다. 아니 엄밀하게 따지면 세금은 늦게 내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대중의 반응은 그 반대다.
기본적으로 봉급생활자들 자신이 내는 세금이 얼마인지부터 잘 모르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올해는 각종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거나 아예 축소된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초엔 더 큰 13월의 세금폭탄 소리가 나올 것이다. 차제에 소득세 원천징수를 신고납부제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해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징세비용이 늘어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산화가 잘 돼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이미 충분한 과세자료들이 널려 있다. 지금도 매년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 납부하고 있다. 복잡한 신고절차도 각종 소득공제·세액공제만 잘 이해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신이 실제 부담하는 세금을 알아야 세금이 얼마나 소중하고, 세금을 왜 아껴써야 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그래야 증세·감세 논란도 줄어들 것이다. 정부가 오로지 징세편의를 위해 세금을 원천징수해 가는 지금의 방식은 재고해볼 필요도 있다. 이자비용을 따져도 나중에 내는 게 납세자에게 유리하다. 조삼모사의 원숭이 놀음을 지켜보는 것도 쓴웃음만 나는 일이다. 메뉴판에 10% 부가세 별도라는 말조차 못 쓰게 했던 정부다. 회사원들의 무개념을 이용해 세금을 쉽게 걷을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국민들도 세금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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