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이 많이 가입하는 월지급식펀드 가운데 2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낸 펀드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는 부진했다. 월지급식펀드 열 개 중 네 개는 원금 손실을 내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하이일드 채권형이 안정적”

은퇴자를 위한 월지급식펀드 수익률 살펴보니…미국 하이일드채권형이 상위권 점령
24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127개 월지급식펀드 수익률은 올 들어 평균 0.75%(보수 차감 후)를 기록하고 있다. 지수 움직임을 추종하는 국내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6.65%)는 물론 국내 채권형 ETF(0.43%)보다 좋은 성적표다. 월지급식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평균 2%, 2년은 9.32%였다.

월지급식펀드는 목돈을 국내외 채권이나 주식으로 굴려 가입자에게 생활비를 주기적으로 지급(정기 환매)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가입자가 5000만원을 펀드에 넣어 놓고 매달 20만~30만원을 용돈으로 타 쓸 수 있다. 펀드 환매 후 소득이 한꺼번에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따른 누진 과세를 피할 수도 있다.

월지급식펀드 중에선 연 5~10%의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형이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이스트스프링월지급미국하이일드’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 ‘블랙록월지급미국달러하이일드’ ‘프랭클린템플턴월지급미국하이일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펀드의 1년 수익률은 7~9%, 2년 수익률은 20%대 초반으로 비교적 높았다. 반면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1’ ‘한국투자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1’ 등 주식형 월지급식펀드의 성적은 저조했다.

강영선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상무는 “월지급식펀드 가입을 고민하는 은퇴자라면 무엇보다 변동성이 작고 안정적인 수익이 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금 손실 땐 지급유예 검토

월지급식펀드는 투자액 대비 0.5%가량 매달 생활비로 수령하는 게 보통이다. 펀드수익률이 낮더라도 금융사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금액을 원금에서 떼주는 방식이다. 가입자가 펀드 적립금이 바닥날 때까지 자신의 원금에서 생활비를 꺼내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 2월 이전 설정된 월지급식펀드 94개 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는 37개(39.4%)에 달한다.

월지급식펀드 수익률과 잔액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되 일단 손실이 발생했다면 일시적으로 수령액을 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월지급식펀드가 일단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매달 생활비까지 추가 차감되면 원금 회복이 더욱 어렵다”며 “처음 가입할 때 매달 송금받는 액수를 적정하게 설정하고 원금 손실이 생기면 일시 지급유예를 신청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진여 우리투자증권 서울반포WM(웰스매니지먼트)센터 PB(프라이빗뱅킹)팀장은 “연 7~8% 수익이 가능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월지급식 상품이 있는 만큼 꼭 펀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한 펀드를 선택했다면 장기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