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7

“지금의 이상화에겐 어떤 광고를 맡겨도 성공할 겁니다.”(광고대행사 엘베스트 황재윤 광고기획부장)

여자 스케이트 선수 이상화가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사상 첫 2연패를 달성, 전 국민을 열광시킨 주인공이다. 역동적인 건강미와 네일아트를 취미로 하는 여성스러움을 함께 갖고 있는 ‘반전의 매력’의 소유자다.

몸매가 드러날 정도의 파격적 화보도 마다않는 과감성도 갖춰 ‘팔색조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평이다.


◆모델료 두 배로 껑충

복수의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13일 “여러 업종에서 벌써부터 이상화를 잡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이상화의 모델료가 소치올림픽 이전보다 최소 두 배는 올라 4억~5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공식후원 모델로 활동 중인 기아자동차, KB금융그룹, 비자카드의 모델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억~3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이상화가 귀국하는 대로 후속 마케팅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른 기업들도 이미 접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생중계 형식의 리얼타임 광고이긴 하지만 이상화가 금메달을 딴 지 두 시간도 안 된 새벽 2시24분에 그를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광고모델로서 이상화의 강점으로 ‘다양한 매력을 갖췄다’는 점을 꼽는다. 운동선수 특유의 역동적 이미지에다 올림픽 2연패를 계기로 국민적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여기에 파격적 화보를 통해 의외의 섹시함을 드러내면서도 차분한 얼굴이 이지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CF퀸 김연아에 도전

이상화는 특히 김연아나 손연재에게선 찾을 수 없는 차별화된 매력이 강해 광고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민선 TBWA코리아 차장은 “이상화는 귀엽고 예쁘장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강함과 여성스러움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계 ‘부동의 광고 퀸’ 김연아가 현역에서 은퇴한다는 사실도 이상화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김연아는 광고 한 편에 최고 10억원 이상을 받는 자타공인 특A급 모델이다. 은행, 에어컨, 맥주, 커피, 화장품, 운동화, 보석 등 웬만한 업종을 다 섭렵하면서 광고로만 한 해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할 계획인 게 향후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데 한계로 지적된다.

한 패션업체 광고주는 “‘포스트 김연아’로 통하는 손연재는 귀엽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아직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한 게 문제”라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는 성과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고 말했다.

4년 뒤 평창 출전 여부가 변수

광고업계에선 이상화의 광고 영역이 올림픽 이후 한층 넓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화는 지금까지 금융, 자동차 등 ‘신뢰감’을 강조하는 광고만 찍었지만 아웃도어, 패션, 화장품, 식품 등 모델 자체의 ‘매력’을 앞세운 소비재 광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상화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할지 여부를 변수로 꼽는다. 올림픽 스타가 광고모델로 롱런하려면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상화가 조기 은퇴한다면 광고시장에서 롱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상화는 지난 12일 금메달을 딴 직후 평창 출전 여부에 대해 “4년은 저에게 아직 먼 시간이고 생각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