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해외 공사와 국내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택 사업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반영하며 부실 털기에 나섰다. 부동산 침체에 따른 분양 지연 등으로 발생한 PF 잠재 손실은 대형 건설사만 3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당분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에만 44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작년 119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252억원에 달했던 대우건설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현장과 김포 풍무 등 장기 미착공 PF 사업장의 손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3분기 3900억원에 달했던 미착공 PF 손실을 4분기에 모두 해소했다. 결국 삼성물산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38.6%와 95.5% 줄어든 1258억원과 18억원에 그쳤다. 현대산업개발은 2012년 말 500억원이던 미착공 PF 손실을 지난해 재무제표에 모두 반영, 작년 4분기 183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이들 장기 미착공 PF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5~2006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 등으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분양을 미룬 건설사들은 수년째 금융비용만 내고 있다.

건설사는 공사 비용을 예측해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때문에 원가율 변동을 늦출 경우 회계 원칙이 허용하는 범위까지 손실 처리를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저가 수주와 공사 관리 실패 등으로 대규모 해외건설 손실을 본 데 이어 금융감독원도 공사계약과 관련한 회계처리 적절성 여부를 감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자 건설업계가 서둘러 손실 반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집계 결과 미착공 PF 규모는 GS건설이 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건설이 1조1000억원, 대림산업은 9290억원 등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손실을 반영해 미착공 PF 규모가 1조1380억원에서 7470억원으로 감소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