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근로자 "기름물 뒤집어쓰고 바다에서 40분 방치" 주장
'초동조치 문제없었다'던 해경 뒤늦게 사실 파악 나서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 유조선 충돌 당시 충격으로 근로자가 부상을 당해 바닷물 속에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7일 민주노총 전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사고 당시 현장에서 이모(46)씨가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유조선 선주의 선박대리점 협력업체 D사에 고용돼 항구에 접안한 선박을 부두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고정하는 작업(일명 줄잡이)을 맡았다.

유조선이 접안을 시도할 때 부두에서 대기하던 이씨는 유조선과 송유관의 충돌 충격으로 튕겨나가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부서진 철제구조물에 허벅지를 찔리기도 했으며 유출된 원유와 나프타 등을 뒤집어쓴 채 무너진 송유관 시설물을 잡고 버텼다.

구명재킷을 입고 있었던 이씨는 시설물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며 버틴 지 40분 만에 동료 근로자가 던진 밧줄을 잡고 구조됐다고 민주노총은 전했다.

그는 병원에서 허벅지 부위 응급수술을 받고 뇌진탕 증세 등으로 MRI 촬영 등 정밀진단을 받고 입원 중이다.

이씨는 사고 이후 산재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씨의 부상 장면은 D사는 물론 GS 칼텍스 관계자도 목격한 것으로 확인돼 부상자 발생 사실을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D사의 한 관계자는 "사고 당시 치료가 우선이라 생각해 경황이 없었고 이후에는 행정실무(해경 신고)까지 생각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GS 칼텍스의 한 관계자도 "현장에서 이씨의 상태를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고 D사에서 이씨를 배에 태워 가 괜찮은 줄 알았다"며 "당시에는 기름 유출을 막느라 여념이 없었고 그 뒤에도 부상 정도를 알아봤지만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협력업체 직원이었다면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었을텐테…"라고 말했다.

여수 해경은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김상배 여수해경 서장은 "부상자가 발생한 건 맞는 것 같다"며 "부상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그 부상자가 동료들과 함께 철수하는 바람에 파악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으로 볼 때 근로자 소속 업체는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GS칼텍스 측은 부상 사실을 알고서도 '침묵'했다.

특히 초동조치에 문제가 없었다는 여수해경은 부상자가 발생한 사실을 1주일 동안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파악에 나서 과연 초동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을 낳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박철홍 기자 sangwon700@yna.co.kr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