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권혁 측, 소득세·법인세 소송서 사실상 패소

권혁(64) 시도그룹 회장이 세운 시도상선 홍콩법인은 실질적인 관리 장소를 국내에 둔 내국 법인에 해당해 납세 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권 회장 개인이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이미 나온 상태여서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권 회장의 형사재판 항소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문준필 부장판사)는 7일 시도상선 홍콩법인인 시도카캐리어서비스가 서울 서초세무서장과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세금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시도카캐리어 측은 서초세무서와 서초구청이 부과한 법인세와 지방소득세 등 총 1천455억여원의 세금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이 중 61억여원만 취소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

회사 측은 자사가 외국 법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과세 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도카캐리어의 이사회는 홍콩에서 열리지 않았고 의사 결정권자인 권혁도 국내 거주자"라며 "한국에 거점을 둔 이 회사는 조세 회피 목적으로 홍콩에 설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세법상 내국 법인은 '국내에 본점 또는 주사무소를 둔 법인'으로 돼 있다가 2005년 12월 31일 '국내에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를 둔 법인'이 추가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개정법 시행 전 기간에 대해 부과한 일부 법인세와 가산세, 지방소득세 등은 위법했기 때문에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권 회장은 자신에게 부과된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 3천51억원을 취소해달라며 서울 반포세무서와 서초세무서, 서초구청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사실상 패소한 바 있다.

'선박왕'으로 알려진 권 회장은 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후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행정법원 판결을 지켜보고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권 회장을 보석으로 석방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