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이어 지방 대도시도 전셋값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최근 오름세가 두드러지면서 ‘6대 광역시 평균 전셋값 비교’에서 사상 최초로 부산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최근 4년간 아파트 신규 공급이 저조한 데 따른 임대주택 부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 안팎까지 치솟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대구 전셋값 고공행진…부산 앞질러

○전셋값 강세 … 지방 확산

4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6대 광역시의 아파트 전셋값이 5.62%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물가상승률 수준인 2.16% 상승에 그쳤다.

전셋값이 가장 많이(10.02%) 오른 곳은 대구시로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억4792만원으로 나타났다. 6개 광역시 중 최고 수준이다. 이어 부산(1억4512만원) 울산(1억4359만원) 대전(1억4144만원) 인천(1억2125만원) 광주(1억1456만원) 순으로 분석됐다. 대구의 아파트 전세금이 부산을 넘어선 것은 국민은행이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1년 전인 작년 1월까지만 해도 부산 전셋값은 1억3657만원으로 광역시 중 가장 높았고, 대구는 1억2868만원으로 1200여만원 낮았다.

하지만 대구는 과거 3~4년간 신규 아파트 부족으로 매매가격이 작년 한 해 10.89% 급등하면서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이유로 전셋값도 동반상승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부산의 아파트값은 0.49% 떨어졌다. 다른 광역시도 대부분 매매가격은 약보합세를 보였다.

주택업계에서는 대구 전셋값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과 함께 공급과잉 후유증(미분양 아파트 2만1379가구)에 시달린 이후 신규 공급이 4년여 동안 끊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1년 이후에는 연간 신규 입주 물량이 7000가구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면서 공급부족 상황에 빠졌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대구에서 한 해 평균 결혼으로 분가하는 가구와 재건축 등으로 헐리는 노후 가구를 감안하면 1만~1만2000가구 정도의 새 아파트가 필요하다”며 “작년에 분양된 1만8849가구가 완공되는 2015년 이전까지는 전셋집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전환 분위기 조성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지방 대도시의 전세가율도 70%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광주 전세가율은 77.5%, 대구는 74.4%까지 치솟았다. 울산(72.3%) 대전(70.9%) 부산(68.2%)도 전세가율이 70% 안팎으로 뛰었다. 수도권인 인천지역 전세가율(60.4%)보다 10%포인트 정도 높다.

주택업계에서는 취득세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에 힘입어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지역의 세입자들은 아파트 매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하면 세입자의 상당수는 매수세로 전환하면서 주택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현일/김진수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