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민족문화硏, 나카노시마 도서관 소장자료 디지털화

과거 일본으로 유출돼 일본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 고(古)문헌이 디지털 자료의 모습으로 한국으로 돌아온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해외한국학자료센터는 지난 20일 일본 오사카 부립 나카노시마(大阪府立中之島) 도서관과 연구협정을 맺고 이 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고전적(古典籍) 자료를 조사, 원문을 디지털로 변환 작업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센터는 앞서 미국에서 한국 고문헌을 가장 많이 소장한 버클리대 동아시아도서관과 세계 5대 동양학 연구도서관 중 하나로 꼽히는 일본 동양문고의 한국 고전 자료도 서지 정보를 정리하고 원문을 디지털화해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다.

나카노시마 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고서는 1천21종 5천306책 분량으로, 버클리대나 동양문고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일본 내 다른 도서관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양이라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자료는 대부분 18~19세기 간행되거나 필사된 것으로 완질이 많고 보존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한말 통감부 수학원(修學院) 명예교수를 지낸 사토 로쿠세키(佐藤六石, 1864~1927)가 수집해 일본으로 가져간 서적이 대다수다.

도서관 소장 자료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공책에 쓴 농촌경제 정책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31책 등 필사본이 다수 포함됐다.

서유구가 편찬한 숙부 서형수의 문집 '명고전집'(明皐全集) 중 현존본에 빠진 '시고변'(詩故辨)도 발견됐다.

시고변은 소론 가문의 서형수가 주자학을 맹신하는 인습을 배격하는 생각이 나타난 글이다.

정상기의 '동국지도'(東國地圖), 신경준의 '동국여지도'(東國輿地圖) 등 18세기 작성된 지도와 19세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이을 연결고리로 평가받는 전국지도 '조선도'(朝鮮圖)도 나카노시마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센터는 이들 한국 고문헌의 서지목록 작성 작업을 진행하고, 국내에서 실물을 찾을 수 없는 문헌은 동양문고 자료 데이터베이스(DB)화 작업이 끝난 이후인 오는 7월부터 원문 이미지의 디지털 변환과 해제(解題) 작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센터 관계자는 "외국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 고서의 디지털화 작업은 국내에 없는 자료를 열람하려고 현지를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덜 뿐 아니라 외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고서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