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상반기 수도권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9.4% 줄어들기 때문에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부가 추가적인 대책을 내놔야 임대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셋값 72주 연속 상승행진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전셋값은 0.15% 오르고 신도시와 경기·인천은 각각 0.02% 올랐다. 매물이 부족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학군수요까지 겹쳐 전주보다 상승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서울 반포동에서 전용 84㎡ 기준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등장한 이후 전세 매물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강남권 전셋값 오름세가 인근 지역까지 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포동 황금공인 관계자는 “대부분 단지의 전셋값이 1~2년 전에 비해 수천만원 이상 올랐지만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이 된다”며 “일부 세입자들은 가까운 서울 송파나 분당 신도시 등으로 옮겨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경기는 용인·김포 한강신도시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약세인 곳에서도 전셋값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 장기동 쌍용예가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1억7000만~2억원이다. 지난해 10월 1억4000만~1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000만원가량 올랐다. 용인시 죽전동 보정동 일대는 분당 수준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보정동 죽현마을 아이파크 전용 84㎡의 전셋값은 3억6000만~3억7000만원대로 분당 정자동 상록라이프 전용 84㎡(4억원)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실수요자 매매 전환 유도해야”
한겨울 비수기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봄 이사철에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월부터 전세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데다 전세 수요자들이 본격 전셋집 구하기에 나설 경우 전셋값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셋값이 많이 오르며 세입자들은 이미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만큼 받았기 때문에 빚을 더 내 집을 사는 것은 무리”라며 “정부는 렌트푸어의 심각성을 깨닫고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될 수 있도록 거래 정상화 대책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 수요가 일정 부분 매매로 전환돼 전세난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민간임대시장을 육성하는 한편 추가적인 대책을 내놔 실수요자에게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전세난이 누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진/김동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