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태씨, 대마도 윤씨, 몽골 김씨, 용궁 김씨, 우주 황씨….

평소에는 듣도 보도 못하는 성(姓)과 본(本)이다. 하지만 엄연히 법원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것들이다.

8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결혼이주민 등 한국 국적을 받는 외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성과 본이 월평균 63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을 보면 국내외 지명을 따는 등 기존 방식에 비해 특이하고 다채로운 것들이 많다. 2005년에는 봉황 고씨, 안심 정씨 등이 등록됐고 2006년 대마도 윤씨, 몽골 김씨, 2007년 봉황 신씨, 2008년 길림 사씨, 2009년 태국 태 씨, 라주 라 씨, 2010년에는 대구 호 씨, 서생 김 씨 등이 등록됐다. 신청 건수는 2010년 7038건, 2011년 7770건, 2012년 7623건 등으로 매년 7000건을 넘었다. 지난해 1~11월에는 6943건을 기록했다.

유명인 중에도 이 같은 성과 본을 가진 사람이 많다. 지난 2000년 러시아에서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귀화한 전직 프로축구 선수 신의손(발레리 사리체프)은 구리 신 씨의 시조다. 방송인 로버트 할리(하일)는 영도 하씨,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독일 이씨를 처음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이 한국식 성·본을 만들어 자신이 시조가 되는 창성창본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주 이씨 같은 기존 성·본을 갖는 건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종친들이 허용치 않을테니 모국 지명을 넣는 방법 등으로 새로운 성·본을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제일동포가 통명(通名)으로 일본이름을 쓰는 건 한국이름이 차별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라며 “귀화했다고 반드시 한국 이름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