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관리강화 방침·도주방지 매뉴얼 '무색'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가 수갑에서 손을 빼내 파출소에서 달아났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성폭행 피의자 노영대 탈주 사건 이후 도주 방지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올해 들어서 수갑을 찬 범죄 혐의자가 도주한 사례는 알려진 것만 벌써 8번째다.

31일 0시 30분께 전남 함평군 읍내파출소에서 절도 혐의로 임의동행된 김모(27)씨가 수갑에서 손을 빼고 달아났다.

범죄 혐의자가 수갑을 차거나 수갑에서 손을 빼내 달아난 사건은 1월 28일 전북 전주 효자파출소, 3월 30일 서울 마포경찰서, 5월 20일 전북 전주지검 남원지청, 7월 16일 서울 장위지구대 앞, 8월 14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 9월 14일 서울 구로구의 한 사우나, 11월 3일 대구 성서경찰서에서도 발생했다.

닷새 만에 붙잡힌 강지선(1월), 25일만에 붙잡힌 이대우(5월)를 빼고는 모두 도주 당일 또는 이튿날 검거됐지만 경찰의 관리 강화 방침에도 잇따라 터지는 '수갑 도주' 사건에 시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파출소, 지구대, 경찰서, 검찰청, 사우나 등 도주 발생장소도 다양하다.

특히 경찰서 대기실 철제 의자에 연결된 수갑을 한쪽 손목에 차고 있던 20대가 손을 빼내 달아난 8월의 부천 원미경찰서 사건은 함평 사건과 매우 비슷하다.

함평 읍내파출소에서 달아난 김씨도 양손을 뒤로 한 채 수갑을 차고 있었지만 수갑이 느슨하게 채워져 손을 빼고 달아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의 수갑 사용 매뉴얼은 손목 굵기에 따라 채워야 하는 톱날 수를 정했으며 손목 굵기에 비해 손이 작은 피의자가 수갑을 풀지 못하도록 조정하고 수시로 상태를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나 파출소에 있던 2명의 경찰관은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손이 아프다고 해 느슨하게 풀어줬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경찰관의 관리가 소홀했는지 조사하는 한편 주거지 등 주변에서 김씨를 추적하고 있다.

(함평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