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정책으로 경기 부양한다? 실업자 구제없이 물가상승 불러
필립스 곡선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이다. 1958년 필립스(사진)는 ‘명목임금 증가율이 낮을 때는 실업률이 높고, 명목임금 증가율이 높을 때는 실업률이 낮다’는 내용의 영국 임금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의 관계를 연구·발표했다. 필립스의 이런 주장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간에 트레이드 오프(trade-off·상쇄)가 존재하고, 따라서 어느 한쪽을 올리면 다른 한쪽을 낮출 수 있다’는 이론으로 변모했다.

1960년대 말 밀턴 프리드먼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에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를 늘리면 장기간으로 볼 때 낮은 실질 경제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이 풀릴 것을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 인플레이션 정책은 잠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물가 상승을 예상하는 순간 인플레이션 정책이 경제활동을 자극하는 힘은 사라진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실업은 줄어들지 않은 채 인플레이션만 가속화된다는 것이 프리드먼의 설명이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은 이와 약간 다르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늘려 금리가 내려가면 정상적인 경우에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결론 난 투자 결정이 갑자기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저기에서 투자가 늘고 기업들이 규모를 확장하는 일시적인 호황이 온다. 그러나 점차 거품이 걷히며 투자가 잘못됐음이 드러나고 불황이 온다. 그런데 잘못된 투자가 교정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다시 통화를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한다면, 잘못된 투자 결정을 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사회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허용하게 된다. 결국 전체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들을 희생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프리드먼의 이론과 달리 통화팽창에 대한 예상 유무와 관계없이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성장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통화팽창의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