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올해 1분기 집행한 실비 특정업무경비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투명하게 관리된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이동흡 전 헌재소장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음에도 기존 관행이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특정업무경비 집행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헌재는 올 1분기에 실비 1억6549만원을 집행했는데, 이 중 59.6%에 달하는 9857만원을 구체적 내역 기록 없이 사용했다. ‘실비’란 관련 규정에 따라 지급되는 월정액 경비 외에 추가 비용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특정업무경비다. 이를 사용할 경우 정확한 지출 내역 및 지출 증빙을 제출해야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헌재는 실비 특정업무경비 지급사유를 ‘재판부 운영비’ 등으로만 기록해 경비집행의 정당성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작년에도 실비 집행액 8억4538만원 중 67%에 달하는 5억6620만원을 구체적 기록 없이 사용했다. 아울러 헌재의 특정업무경비 예산은 2008년 8억3364만원에서 지난해 10억6478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 1분기는 이동흡 전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이 불거졌을 때다. 이 전 후보자는 1월3일 지명받았고, 2월14일 사퇴했다. 헌재는 특정업무경비 관련 논란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는 와중에도 특수목적경비를 불투명하게 관리했던 셈이다.

감사원은 국회와 대법원, 경찰청 역시 특정업무경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1분기 실비 특정업무경비 27억2200만원 가운데 79.4%에 해당하는 21억6200만원을 불투명하게 사용했다.

국회는 1분기 35억8575만원 규모의 특정업무경비를 집행했는데 지급일자와 금액, 사유 등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개인별 월정액 한도(30만원)를 초과해 특수업무경비를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