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시청역 시설개선공사(2010년 3월 시작)가 4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시청역 사거리 교통혼잡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메트로 측은 “완공 시점이 내년 3월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미뤄졌다”고 20일 밝혔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시청역 시설개선공사(2010년 3월 시작)가 4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시청역 사거리 교통혼잡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메트로 측은 “완공 시점이 내년 3월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미뤄졌다”고 20일 밝혔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 출근 시간인 20일 오전 8시 지하철 1호선 시청역. 1호선과 2호선을 잇는 비좁은 환승통로엔 지하철에서 내린 수백 명의 시민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병목 현상이 벌어졌다. 양방향에서 오가는 행렬로 서로 몸이 부딪히자 시민들 얼굴엔 짜증 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시민은 “출퇴근 시간 때 시청역의 이런 모습을 본 지도 3년이 훨씬 넘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2. 이날 오후 1시께 서울광장 앞 시청역 사거리. 숭례문에서 서울시청 방향으로 향하는 차량과 서소문 고가에서 소공동 롯데호텔로 가는 차량이 사거리에서 한데 엉키면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사거리 가운데 있는 공사장 때문에 차량이 엉킨 것이다. 파란 옷을 입은 모범운전사들이 교통 지도를 하고 있었지만 꼬리물기 차량까지 겹치면서 역부족이었다. 사거리에서 시작된 차량 정체는 500여m 떨어진 서소문 고가까지 이어졌다.

시청역 사거리의 교통혼잡은 2010년 3월부터 시작됐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1호선 시청역 승강장 폭과 환승통로 폭을 넓히기 위해 170억원을 들여 착공한 시설개선 공사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메트로의 부실 설계 및 공사로 완공 시점이 3년 동안 세 차례 지연돼 당초 대비 1년여가량 늦어지면서 애꿎은 시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메트로는 해당 공사의 완공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어진 내년 3월로 미뤄졌다고 20일 밝혔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시청역 지하의 하수관로 이설 등 기술적 문제가 겹치면서 완공 시점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서울메트로는 해당 공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2008년 한 엔지니어링 회사와 설계용역 계약을 맺었다. 엔지니어링 회사는 현장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료로만 설계도서를 작성한 사실이 지난달 서울시 감사 결과 밝혀졌다. 환승통로에 2.5m가량의 돌출물이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공사 착수 후에야 뒤늦게 연결 통로를 우회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용역을 발주한 서울메트로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런 사실조차 미리 알지 못했다. 또 해당 공사 이전까지 설계 경제성을 검토하는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초 지난 3월 완공 예정이던 공사는 8월로 한 차례 연기됐고, 공사비도 2억6200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이후 공사 과정에서 하수관로를 이설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다시 내년 1월로 연기됐다가 마무리 작업이 늦어지면서 내년 3월로 세 차례 연기됐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당초 하수관로 이설 작업에 걸리는 기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사 착수 이전 부실한 설계 작업으로 공사기간만 길어진 셈이다.

또 다른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10월 국군의 날 행사 때 탱크가 이곳을 지나가면서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 보강 공사를 하느라 한 달 동안 공사를 못한 게 원인”이라고 궁색하게 해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