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호 前금투협회장의 2년 서울대 초빙교수 마지막 강의 "금융CEO, 자리 불안하니 단기 성과 집착"
“국내 금융업을 발전시키려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단기 업적주의도 타파해야 합니다.”

금융투자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황건호 서울대 초빙교수(사진)가 20일 마지막 강의를 했다. 작년 2월부터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강의해 온 그는 이번 겨울방학이 끝나는 내년 2월 초빙교수직을 그만둔다.

그는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한국금융의 과제와 금융인의 자세’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무엇보다 금융업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요자 중심의 규제인지, 공급자 중심의 규제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건전성이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계된 규제는 더 강화해야겠지만, 영업 및 업무행위를 규제하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단기업적주의와 지배구조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융회사 경영자들의 자리가 불안하다 보니 단기간에 업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는 현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고, 임기 중에 과시용 업적을 쌓는 데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감사위원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도 개선해야 금융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전 회장은 국내 자본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이 제 기능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기극복에 필요한 리더십 또한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저성장 국면이 장기간 이어질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대출 부실화 등 발생 가능한 문제들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헤지펀드 등 단기자금이 아닌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인재 육성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CEO가 자기편(파벌)이면 등용하고 능력이 있어도 자기편이 아니라고 쓰지 않으면 곤란하다”며 “CEO 임기가 대부분 3년인 만큼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 내부에서 생존을 위한 정치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대우증권에서 부사장을 지낸 뒤 메리츠증권 사장을 거쳐 2004년부터 한국증권업협회장을 맡았다. 이후 2009년 2월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등 자본시장 3개 협회가 금융투자협회로 통합되면서 작년 1월까지 금투협 초대 회장을 지냈다. 지금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