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發) KTX 자회사’ 설립에 대해 ‘민영화의 시발점’이라고 반대하며 시작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16일 8일째를 맞았다. 해결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아 17일부터는 철도파업 사상 최장 기록(2009년 8일)을 바꿔 쓰게 된다. 파업 장기화로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철도 이용객 불편 및 화물 수송에 차질이 속출하고 있다.

대통령도 아니라는데 경제동맥 막아선 노조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과 철도 민영화는 관련이 없음을 재확인하고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지도부 10명 체포에 나서는 등 강경 대응을 계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노조가 국가 경제 동맥을 볼모로 불법 파업을 하고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며 “정부에서 그동안 누차 민영화를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 경제에 피해를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서발 KTX 자회사는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 체제를 통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철도 파업이 국민에 불편을 끼치고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서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했다.

철도노조가 정부의 강경 대응에 맞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취소를 요구하며 박 대통령 당선 1주년인 19일 서울역에서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인다. 서울메트로의 제1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도 18일 동반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편 지난 15일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철도 파업으로 대체인력이 투입된 열차에서 하차하던 승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연료인 유연탄 운송이 차질을 빚어 시멘트 공장 가동 중단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산업 현장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정상 운행하던 수도권 전철은 이날부터 평소보다 7~8% 감축 운행에 들어갔고 17일부터는 KTX도 12%가량 감축 운행할 예정이어서 철도 이용 승객의 불편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보형/도병욱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