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맞물려 한때 비상…'협박 단골' 20대 용의자 영장

14일 오후 12시 41분. 경찰 112 신고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한 남성은 다짜고짜 "지하철 7호선 폭발물!"이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경찰에는 비상이 걸렸다.

철도 파업 후 공교롭게 서울 지하철에 잦은 고장이 생겨 시민 불만이 많은 터라 경찰은 단순 장난 전화로만 볼 수 없었다.

경찰은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역 승강장 공중전화에서 협박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당시 터미널에 있던 승객들은 황급히 역에서 대피했고 열차 3대는 혹시 모를 폭발을 피하려고 무정차 통과했다.

SNS에는 반포역에 폭발물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는 등 소동이 이어졌다.

오후 2시37분에 또다시 112 신고센터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외교부, 역사박물관 폭발물!"이라고 외치는 협박 전화였다.

어떻게 보면 연쇄 폭발물 테러 협박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작 신고 내용을 확인한 서울 서대문경찰서 상황실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녹음된 목소리의 주인공은 '구청에 폭발물이 있다'며 평소에도 두서없이 전화를 거는 서대문경찰서 '단골손님' 이모(27)씨였다.

서대문 역사박물관 인근을 수색하며 경찰이 찾아 나선 것은 폭발물이 아니라 이씨였다.

그런데 터미널에서 걸려온 협박 전화의 목소리와 이씨의 목소리를 비교해 보니 억양이나 말투에서 유사한 점이 드러났다.

터미널 CCTV에 포착된 폭발물 협박범의 모습을 본 경찰은 이씨를 지하철역 협박범으로 지목하고 검거에 나서 오후 8시께 청량리동 집 앞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그는 14일 하루에만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총 5건의 '수상한' 전화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데다 정신 장애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조사는 진척을 보지 못했다.

동대문경찰서는 15일 이씨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이씨는 상해 등 전과 2범으로 구속이 결정될 경우 공주치료감호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전에도 어디에 폭발물이 있다는 등 횡설수설하면서 허위 신고 전화를 하고 끊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며 "지하철 고장이 잦을 때 협박 전화가 걸려와 긴장했는데 용의자를 잡고 보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김연숙 기자 banana@yna.co.kr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