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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국가직무능력표준)모델이 성공한 나라는 어디인가요?”(대학 취업담당자)

“현재 전세계적으로 130여개국에서 운영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나라는 영국입니다. 60~7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호주도 NCS를 기반으로 직업기초능력을 교육하고 있습니다.”(배효진 교육부 인재직무능력정책과 사무관)

청년들의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직무능력표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한국경제매거진과 한국취업진로교육원 공동 주관으로 지난 4일 한국경제신문 18층 다산홀에서 열린 ‘직업기초능력 교육 강화방안’ 세미나에는 전국의 중·고 진로교육 담당교사들과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취업담당자 150여명이 참석, NCS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토해냈다.

이희주 한국경제매거진 사장은 격려사를 통해 “NCS가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최근의 스펙쌓기를 위한 사회적 비용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재춘 한국취업진로학회장도 “직무수행능력의 체계적 관리는 한국 인재의 해외진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대학과 산업계가 함께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동희 한국취업진로교육원장은 “이 자리에서 나온 발전방향들이 향후 NCS 정착에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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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무능력 표준’은 능력중심 사회 첫 단추

‘NCS와 NQF(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국가역량체계) 관련 기본교육정책 방향’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배효진 교육부 인재직무능력정책과 사무관은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 기간과 비용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NCS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배 사무관은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기간은 19.5개월로 1인당 6088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청년층 첫 일자리 전공불일치 비율도 4년제 대학졸업자가 80.7%로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노동시간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학벌중심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학력이 아닌 직무능력 중심의 공교육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CS는 학벌중심이 아닌 능력중심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한 야심찬 프로젝트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개발중인 NCS는 산업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까지 산업체 전체 833개 직무분야에 대한 NCS 및 학습모듈을 개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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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NCS를 기반으로 현장성 있는 학교교육과 직업훈련 자격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NCS에 기반한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자격증과 학위, 직무경력을 연계하는 국가역량체제를 구축해 스펙초월 채용시스템을 확립한다는 것이다.

현재 충남기계공고·양영디지털고·광주공고 등 3개 특성화고는 직무능력표준 활용을 위한 시범학교로 선정돼 운영 중이다. 또한 특성화 전문대 78곳은 내년부터 NCS 기반의 교육과정을 도입할 방침이다.

발제가 끝나자 학교 현장의 날카로운 질문과 지적이 이어졌다. “NCS는 제조업 중심이란 느낌이 들어서 21세기 지식기반사회 모델엔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질문에 배 사무관은 “앞으로 833개 학습모듈이 개발되면 정보기술(IT)·서비스 등의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참석자들은 NCS를 대학에서 가르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배 사무관은 “대학의 교수들이 가르치면 가장 좋지만 산업계 인사를 초청해도 좋다”며 “실습-평가-포트폴리오 작성이 다소 힘들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마친 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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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는 4년제 대학에 더 적합한 제도”

발제에 이어 주제발표와 토론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최기원 전국대학교취업관리자협의회 회장은 ‘NCS에 기반한 대학의 직업기초교육 강화방안’에 대한 주제로 15분간 발표했다. 최 회장은 “NCS가 가장 잘 맞는 전공은 의대와 법대”라며 “일각에선 ‘NCS=전문대’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오히려 4년제 대학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협동심·자기관리·문제해결력”이라며 “직무능력보다는 기본 인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김형기 전국국공립대학교취업담당관협의회 회장은 “NCS의 핵심은 학생들이 평생 행복하게 천직으로 여길 수 있는 직업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학교육이 없었다면 기업의 재교육 기간은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NCS에 기반한 전문대 직업기초교육 강화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정태욱 명지전문대 취업마케팅실 부장은 “교육의 초점은 기업이 요구하는 성과역량 중심이 아닌 학생들의 행복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전문대생들은 4년제 대학생보다 진로장벽이 더 크다”면서 “이런 장벽을 정면돌파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기초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 이기석 전국전문대학교취업관리자협의회 회장은 “암기교육으로 자란 학생들이지만 대학은 포기하지 말고 기초학문과 인성교육을 시킬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옥순 호원대 교수는 ‘취업기초교과목 구성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취업진로 교육의 목표는 학생 스스로의 자기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며 “자신을 알아야 직업과 진로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NCS 중심의 직업기초교과목 구성안 6개를 각 대학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정연종 강원대 취업센터장은 “대학내 교양수업의 취업진로과목 편입도 어렵고 취업교과목 개설 담당교수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정 센터장은 “외부강사 초청비용도 만만치 않아 정부의 보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은애 루이비통코리아 인사부 차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고(高)스펙자가 아닌 기업과 함께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 차장은 “입사자들이 기업을 통해 즐겁게 일하고 삶도 풍요로워지는 것이 기업 성장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는 채용 때 학교·학점, 2000년대는 스펙이 중시됐지만 최근엔 지원자들의 ‘직업준비도’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기업은 협업이 필요한 분야가 많기 때문에 ‘투웨이(two-way)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학 전남 목포 한 고등학교의 진로교육 담당 교사는 “NCS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세미나를 통해 향후 진로교육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2년제 전문대 취업센터장은 “김옥순 교수의 취업교과목 예시안을 실제로 적용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