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내년에도 첫 목표는 10승·2점대 평균자책"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괴물 투수'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내년 시즌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겠다며 특유의 무심한 태도를 유지했다.

류현진은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프로에 들어와서 이제 9년째인데, 내년 시즌에도 새로운 목표는 없다"면서 "첫 목표는 마찬가지로 10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이라고 밝혔다.

류현진은 지난겨울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이적료(약 2천573만 달러)와 연봉(6년간 3천600만 달러) 등 모두 6천173만 달러(약 664억원)를 투자한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없었기에 모험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실력으로 모든 걱정을 날려버렸다.

류현진은 정규리그에서 192이닝을 던지며 14승 8패와 평균자책점 3.00, 탈삼진 154개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에서 다승 공동 10위, 투구 이닝 25위, 평균자책점 9위, 퀄리티스타트 8위에 해당한다.

메이저리그 신인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과 다승은 2위에 해당한다.

특히 몇 차례 결장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 투수들의 줄부상에 시달린 다저스가 올 시즌 초반 하위권에서 서부지구 1위까지 올라서는 데 대들보와 같은 역할을 했다.

투수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을 받은 커쇼(16승·방어율 1.83), 그레인키(15승·2.63)에게는 미치지는 못했으나 이들에게 필적하는 성적을 올리고 3선발의 위용을 뽐냈다.

이처럼 류현진이 빅리그 데뷔 첫해에 좋은 성적을 거둔 원동력으로는 실력 외에도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특유의 낙천적인 태도와 친화력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시즌 동안 류현진의 통역을 담당한 다저스의 마케팅담당 마틴 김 씨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잘 해서 모두에게 예쁨을 받는 선수였다"고 증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류현진은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으며 특유의 낙천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한국 야구나 미국 야구나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없다"면서 "다음 시즌에도 선발 등판 사이에 불펜 투구를 하지 않는 스케줄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화제를 모았던 '흡연 논란'에 대해서는 "초반에 계속 부진했다면 계속 말이 나왔을 것"이라며 "하지만 캠프일 뿐이기 때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성적이 좋은 기간과 나쁘던 기간이 번갈아 찾아온 것을 두고는 "개인 성적이 나빴을 뿐, 공은 좋았다"면서 "시즌 내내 나쁘게 생각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선수들과 빨리 친해지고, 운동 방법은 한국에서 하던 것을 바꾸지 말라"고 '마이 웨이'를 주문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 투수들이 도루 저지에 있어서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을 곁들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