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인기드라마 '대장금' 촬영지로 유명한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해안의 응회암층 붕괴가 계속되면서 등록문화재 제313호인 동굴진지가 파묻히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8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 25일 저녁부터 26일 아침 사이에 송악산 동북쪽 해안의 높이 약 25m, 길이 약 30m의 응회암층이 붕괴해 아래에 있던 동굴진지 입구들이 파묻혔다.

이번 붕괴로 길이 18m와 길이 21m의 동굴이 붙어 있는 H형 동굴진지와 길이 39m의 직선형 동굴진지 등 3개 동굴진지 입구가 묻혔다.

이들 동굴진지는 송악산에 있는 15개의 동굴진지 가운데 내부의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곳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이곳에서 약 25m 떨어진 곳의 응회암층이 4차례나 허물어져 밑에 있던 길이 34m의 'ㄷ자'형 동굴진지 입구가 모두 파묻혔다.

이와 관련해 강창수 제주도의회 의원은 지난 23일 서귀포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2006년 문화재 지정 이후 지금까지 큰 사고가 없다가 올해 들어 4차례나 무너졌다"며 지난 2008년부터 진행된 산책로 개설과 올레 10코스 이용객 증가,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 등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시는 지난 8월 붕괴사고 이후 해안 쪽으로의 관광객 진입을 통제하고 붕괴 위험 구간 250m를 우회하는 산책로를 개설했다.


2010년 11월부터는 안전진단용역 결과에 따라 송악산으로 올라가는 도로의 일반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농사용 차량과 군사용 차량만 통행할 수 있다.

윤봉택 서귀포시 문화재담당은 "안전진단 용역에서 제시된 대책은 옹벽을 쌓는 것이지만 경관이 망가질 우려가 커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관람객의 안전을 우선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파묻히지 않은 송악산 동굴진지의 형태를 정확히 기록하기 위해 3D 촬영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악산 해안의 동굴진지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일본 본토를 사수할 목적으로 제주에서 소위 '옥쇄작전'을 감행하고자 도민들을 동원해 판 동굴형 진지를 말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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