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금애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명확한 사실관계 및 진실 파악을 위해 기업인 증인 채택에 엄격한 세부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홍금애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명확한 사실관계 및 진실 파악을 위해 기업인 증인 채택에 엄격한 세부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국회 국정감사가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지난 14일 예년보다 한 달여 늦게 시작한 국감은 20일 여정의 반환점을 돌아 이제 딱 1주일 남겨놨다. 이번 국감은 역대 국감 중 가장 많은 628개 피감기관을 선정해 효율적인 감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196명의 기업인 증인을 채택함으로써 정부 대상이 아닌 ‘기업 국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5대 국회 이래 매년 국감을 모니터링해온 ‘국정감사NGO(비정부기구)모니터단’은 이 같은 점 등을 들어 ‘C학점’의 중간 평가 점수를 줬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전 고성과 폭력으로 얼룩졌던 18대 국회 때도 국감만큼은 B학점이었다. 모니터단의 실무를 총괄하는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보여주기식 기업 국감은 이번 국감의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내년부터 기업인이 출석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을 연봉 기준 일당으로 환산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의 중간평점이 C학점에 그쳤는데요.

“피감 기관이 역대 최다인 628개입니다. 예전에는 금융감독원 같은 중요 기관에 대해서는 2~3일씩 집중 감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단 하루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서울대와 국립대병원 등 성격이 다른 기관을 같은 날 몰아서 하기도 합니다. 지난 21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10개 기관이 한꺼번에 나왔습니다. 윤석용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이날 밤 11시36분 단 2분간 신상 발언을 한 게 전부였습니다.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 국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기업 국감이란 지적도 많습니다.

“국감에서 기업인을 부르려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피감 기관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오너와 실무자 중 누가 나오는 게 맞는지, 몇명이나 불러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이 전혀 없습니다.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정작 질문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내년부터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의 일당을 계산해 기회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려고 합니다. 사실 민간인을 불러 증언을 듣는 것은 국감보다 평상시 상임위원회에서 하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의원들의 안하무인식 호통과 막말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이기 전에 사회인으로서 인격을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꼭 소리를 질러야만 그 기관이 달라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나이도 젊은 의원이 아버지뻘 되는 기관장에게 ‘당신 그만둬’라며 윽박지르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일부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자리에 없는 사람은 다 술 퍼마시고 있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봤습니다. 피감 기관들이 다 와 있는데 굳이 그런 얘기까지 해야할까요. 일부 의원들은 과거 학생운동 수준을 못 벗어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국감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국감에 문제가 있다고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교각살우와 같다고 봅니다. 사실 국감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가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더 비싸다는 지적이 이번 국감에서 나왔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봤더니 정유사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의원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관련 부처 및 피감 기관에 자료를 요구하고 원인을 파헤쳐야 한다고 봅니다. 심지어 해당 기관장이 미처 몰랐던 내용이 국감장에서 드러나기도 하죠.”

▷공기업 방만 경영 같은 문제는 매년 단골메뉴 같은 지적사항이지만 개선이 안 되는데요.

“사후 조치가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피감 기관들은 20일로 정해져 있는 국감 기간만 참고 넘기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원들도 국감장에서 호통만 쳤지, 실제 자신이 지적한 사항을 피감 기관이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노력은 잘 안 합니다. 지적사항 제기 이후 이를 책임지고 확인하는 조직이나 사람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 사후 확인을 얼마나 했는지 평가해 ‘국감 우수의원’ 선정에 가산점을 부여할 계획입니다.”

▷의원들이 사후 확인을 한다고 개선이 될까요.

“법안 처리나 예산 배정과 연계하면 됩니다. 피감 기관이 사후 조치를 제대로 안 하면 의원들이 법안 처리를 미루고 예산을 안 주면 됩니다. 그러려면 결산심사를 강화해야 합니다. 지금은 달랑 하루 하고 시간도 평균 5시간에 그칩니다. 그러다 보니 심사 대상에서 빠지는 피감 기관이 부지기수입니다. 결산이 제대로 안 되니 예산도 그냥 달라는 대로 주는 거죠. 예산·결산만큼은 (특위를 상임위로 전환해) 상시 심사 체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국감에서 돋보이는 의원은 누구입니까.

“새누리당에서는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과 김종태 의원(경북 상주)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의원은 경제를 보는 눈이 있습니다. 김 의원도 군인 출신임에도 친정에 쓴소리를 많이 합니다. 민주당에서는 단연 박병석 국회 부의장(대전 서구갑)이 돋보입니다. 다선 의원들은 아무래도 설렁설렁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박 부의장은 초선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세종시 현장 국감이 시행됐습니다.

“비효율성이 너무 큽니다. 다음날 일정이 있다며 의원들이 일찍 철수하더군요. 세종시뿐만 아니라 지방에 가는 현장 국감도 평균 서너시간밖에 안 합니다. 해외 국감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전체 국감 비용(15억원) 중 3분의 1인 5억원을 외교통일위가 씁니다. 그런데 평균 국감 시간은 공관당 2시간15분입니다. 그 많은 재외 공관을 의원들이 굳이 왜 다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국감은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재외 공관도 문제가 되는 공관에 대해서만 현지 시찰하거나 공관장을 국내로 불러들여 감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모니터단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국감NGO모니터단이 활동한 게 벌써 15년입니다. 15대 국회 때는 국감이 일괄질의, 일괄답변 하는 식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질의만 하고 나갔습니다. 기관장은 나중에 실무진이 준비해준 답변을 한 2시간에 걸쳐 쭉 읽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그때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죽기 살기로 하는 의원들이 2~3명 정도는 됐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데도 그렇게 열심히 했습니다. 저런 분들께 상이라도 주자 해서 시작한 게 ‘국감 우수 의원’입니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거라고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젠 의원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습니다. 저희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의원들은 국민의 표를 먹고 삽니다. 잘못을 지적하면 고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언론에서 지적한 국감의 여러 문제점을 시정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 홍금애 위원장·국감모니터단은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법률소비자연맹을 주축으로 270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만들어진 국회 의정 감시 기구다. 매년 국감 때마다 1000여명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파견돼 상임위원회 및 개별 의원별로 활동 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매년 국감이 끝난 뒤 우수 상임위와 의원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각 시민단체 회원들(500명)과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500명)로 구성된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경우 급여는커녕 오히려 회비 명목으로 1만원을 내야 모니터링 요원으로 선발될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중립을 지향한다. 실제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등이 이번 국감 과정에서 처음으로 밝혀졌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으로 분류돼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홍금애 모니터단 총괄집행위원장은 모니터단이 1998년 출범할 때부터 일해왔다. 검찰 법원 등 사법기관이 국민에게 효율적이고 공정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1991년 설립된 법률소비자연맹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이호기/추가영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