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출 축소·감세·주택대출 지원 효과…탄력붙은 영국 경제, 3분기 연속 성장
영국 경제 상승세가 가파르다. 3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8%에 달할 것이라는 게 영국 정부의 전망이다. 3분기 연속 성장이다.

영국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3분기 성장률 전망치 0.8%(오는 25일 공식발표)는 201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청은 “2010년엔 당시 노동당 정부가 정부 지출을 늘린 덕이 컸지만 이번엔 정부 지출이 전혀 늘지 않았다”며 “실물 경제 전반이 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3%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영국중앙은행)”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던 영국 경제의 반전은 시장 경제 활성화 및 금융완화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영국 정부는 지난 11일 논란 끝에 영국왕립우편 주식의 52.2%를 상장해 민영화시켰다. 정부의 대학 등록금 지원을 대폭 줄이고, 공공부문 임금 상승률을 연 1%로 정하는 등 긴축에도 힘을 쏟았다. 법인세도 지난 4월 종전 28%에서 24%로 내렸다. 내년부턴 21%로 더 인하한다. 금융부문에는 대규모의 유동성을 투입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주택구매자금의 20%를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주택구매지원정책(help to buy)을 시행하고 있다. 폴 터커 영국중앙은행 부총재는 “영국 경제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사라지면서 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금융완화 정책이 빛을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

영국 은행연합에 따르면 지난 8월 모기지 승인 건수는 3만8288건으로 2009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같은 달 전국 집값 평균은 24만7000파운드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빚도 이달 7600만파운드로 4년 만에 처음 증가세로 들어섰다. “소비자 신뢰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데이비드 둑스 은행연합 국장)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각에선 거품론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발표한 10월 가계금융지수는 41에 그쳤다. 50 이하는 가계가 미래 경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상위 20% 가계의 경기 전망은 상당히 낙관적(60.6)인 반면 하위 20%는 매우 부정적(33.6)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주식, 집값 상승에만 의존한 경제 성장이 부자 투자자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영국의 가계소득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하워드 아처 IHS글로벌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실질 임금 감소가 빚만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