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9주년 - 기로에 선 신흥국…20억 시장을 가다] 에너지·세제 개혁, 국민 설득이 과제
멕시코는 선진국 진입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올림픽을 한국보다 20년 앞서 개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도 2년 빨랐다. 하지만 오늘날의 멕시코는 예전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국경지대와 항구 도시에는 마약 카르텔이 활개쳐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치안이 극도로 불안하다.

경제상황도 좋지 않다. 2012년 연 3.6%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대비 0.6%에 그쳤으며 2분기에는 -0.2% 뒷걸음질쳤다.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1.2%로 낮췄다.

세 가지가 문제다. 먼저 미국 경제와의 동조화 경향이 사라지면서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도 오히려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바로 아래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멕시코 경제는 미국의 강한 영향을 받아왔다. 2000~2010년간 두 나라의 경제성장률 상관관계가 0.88에 이르렀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이후에는 이 수치가 0.06을 밑도는 수준이 됐다. 미국 경제와 따로 논다는 의미다.

[창간 49주년 - 기로에 선 신흥국…20억 시장을 가다] 에너지·세제 개혁, 국민 설득이 과제
멕시코 경제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인 석유 부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0년 전 하루 350만배럴이던 석유 생산량이 최근 250만배럴까지 떨어졌다. 매장량 역시 2007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하경제가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약과 유괴 등 범죄와 관련된 경제 활동이 늘었고 골목 상권에서도 세원 포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정부 세수 부족이 악화돼 적절한 교육 및 인프라 투자를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향후 멕시코 경제 전망의 가장 중요한 가늠자는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 에너지, 세제 등 3대 개혁의 성공 여부다.

일단 교원 임용 및 평가과정의 제도화를 골자로 하는 교육 개혁은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원 지위 세습을 혁파하기 위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확보됐기 때문이다.

반면 에너지 개혁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의 석유 개발에 민간 자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혁 작업이 자칫 멕시코 거대 기업과 부유층의 잔치로 끝날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상당해서다.

소득세율을 높이고 기업의 세제 혜택을 철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제 개혁은 기득권층과 중산층의 불만이 큰 영역이다. 세제 개혁에 따른 부담이 부유층과 대기업보다는 중산층과 중소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멕시코의 개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비슷한 과제를 내걸었던 과거 다른 개혁들과 비교해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혁이 성공해 성장 잠재력을 살리지 못하면 기득권층까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외환위기나 부채위기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호재다. 외부 압력에 따른 시한에 쫓겨 미봉책에 만족하고 물러나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같은 점은 페냐 니에토 정부에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행운을 어떻게 꽃 피울지에 따라 멕시코 경제의 전망도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