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혁신도시…공공기관 이전 10% 불과
지방 혁신도시로 옮겨가야 할 공공기관들의 이전 실적이 당초 계획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2003년부터 추진된 10곳의 혁신도시 건설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당초 공공기관 114개를 모두 작년 말까지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보유한 부동산(사옥, 토지 등)이 안 팔리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미온적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4개 기관 중 10곳만 이전

4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경기 고양 덕양을)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공공기관 중에서 지난달까지 이전을 끝낸 기관은 한국감정원 등 10개에 그쳤다.

중앙교육연수원 등 14개 기관은 새 사옥 착공도 못하고 있다. 사옥 신축에 보통 2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은 2016년쯤이나 돼야 이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이전이 이처럼 늦어지는 데는 서울·수도권에 있는 기존 사옥 등 부동산 매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이 팔려야 이사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보유 부동산은 모두 121건(10조6334억원)이고, 이 중 절반 정도인 58건(48%)이 아직도 주인을 못 찾고 있다.

보유 부동산의 매각 지연 이외에도 지방 이전을 미루고 싶어하는 일부 공공기관의 태도, 정부의 관리소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세공무원교육원은 경기 수원시 파장동의 부동산(매각 예상액 831억5200만원) 매각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11개 기관도 새 사옥 설계 발주를 미루거나 예산 확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가 작년 11월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혁신도시 건설사업을 총괄하는 국토부도 87개 기관의 이전 계획을 사업 추진 3년이 지나서야 승인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해왔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혁신도시 새 아파트 입주 차질 예상

공공기관 이전 지연으로 혁신도시에 건설 중인 새 아파트 입주 차질도 예상된다. 새 아파트 입주자의 대부분은 혁신도시 이전 근무자와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정부가 밝힌 공공기관의 이전 일정에 맞춰서 아파트를 짓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 지연으로 입주자들이 늦게 들어오면 건설사들은 금융이자를 물게 돼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올해 전국 혁신도시에서 1만5000가구의 주택을 착공했다. 이에 앞서 작년에도 2만9000가구를 공급했다. 내년부터 2015년까지는 4만1000가구의 아파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이전 지연은 교육·상업·업무시설 등 생활편의시설 건설에도 큰 지장을 초래해 입주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도시의 대부분은 현재 진입도로·상수도 등 기반시설 정도만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학교·상업시설 등의 건설은 진척이 잘 안되고 있어 새 아파트 거주자들은 입주 이후 상당 기간 어려움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