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계기 때마다 주민들에게 TV를 선물로 주는 'TV 선물정치'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김일성종합대 교육자아파트 건설현장을 돌아봤다며 김 제1위원장이 새집들이 하게 될 모든 김일성대 교수들에게 액정TV를 선물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달 초 서해 최전방 장재도와 무도의 군부대를 찾아 내무반과 군인주택 건설 등 섬 방어대 전체의 리모델링 상태를 점검했을 때도 모든 주택에 TV와 가정용 비품을 '일식으로'(한꺼번에 모두) 갖춰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치하했다.

김 제1위원장은 작년 9월에도 새로 건설된 평양 창전거리에 입주한 주민들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TV를 선물로 가져갔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이 창전거리 입주자들에게 준 선물 TV는 '아리랑' 상표가 붙은 42인치 LCD TV로 알려졌다.

북한이 특정 주민들에게 TV를 선물하는 관행은 김일성시대부터 있었다.

하지만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를 거치면서 주민들에게 선물로 주는 TV는 흑백TV→컬러TV→액정TV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1972년 김일성 주석의 60주년 생일을 맞아 전역의 유공자, 공로자, 핵심 노동당원 가정에 '소나무' 상표가 붙은 흑백TV를 선물했다.

당시 선물 TV는 일본에서 '히타치' TV 부품을 들여와 북한에서 조립하면서 상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 시절인 1980년대 새로 건설된 평양 창광거리에 입주한 중앙당 간부들에게 '밀영'(김 위원장의 생가인 '백두산밀영'을 뜻함) 상표가 붙은 컬러TV를 선물하면서 당 간부들의 충성심을 유도했다.

1970∼80년대 선물 TV가 일본제 TV에 북한식 상표를 붙인 것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 주민들에게 선물한 TV는 한국산이나 중국산이었다.

북한은 2000년대 초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강원도 지역 일선 군 장교들에게 19인치 '삼성' TV에 '금강산'이란 상표로 바꿔 달고 선물했으며 조선혁명박물관 직원, 함경북도 은덕군의 탄광 노동자 등 특정 주민들에게는 21인치 '삼성' TV에 '칠보산'이란 상표를 달아 선물했다.

2002년에는 대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참가자 10만여 명 전원에게 '아리랑' 상표가 붙은 컬러TV를 선물했는데, 이 TV는 중국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2000년대까지 주민들에게 브라운관TV를 선물했던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액정TV를 선물하고 있지만, 이 TV가 한국산인지 중국산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이처럼 3대째 핵심 계층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정용품인 TV를 선물하는 것은 민심을 얻으려는 행보로 보인다.

탈북자 강모씨는 "TV는 북한에서 가장 수요가 많고 비싼 가정용품"이라며 "어떤 TV가 있느냐에 따라 그 집안의 생활수준을 평가한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일건 기자 yoon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