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송용호 위원장 "대학 구조조정 강력히 추진…특성화 못하면 문 닫게 될 것"
만난 사람 = 정태웅 지식사회부 차장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은 강도 높게 진행돼야 합니다. 우리 국민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걸맞은 고등 교육을 원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특성화로 혁신하지 않는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게 될 겁니다.”

송용호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전 충남대 총장)은 요즘 ‘국내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으로 꼽힌다. 부실대학 명단을 사실상 결정하는 대학개혁위의 수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 337개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취업률과 재학생충원율 등의 지표로 평가해 하위 15%에 해당하는 35개 대학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했다. 이 중 부실 정도가 심한 14개는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이 14개 가운데 9개는 재학생의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하는 국가장학금까지 받을 수 없는 ‘경영부실대학’으로 지목했다.

정부가 2010년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을 발표하면서 올해까지 건동대, 명신대 등 6개 대학이 퇴출됐고 세종대, 원광대 등 이름이 제법 알려진 대학도 구조조정 명단에 올라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6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의 목적은 대학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용호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구조조정의 목적은 대학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송용호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구조조정의 목적은 대학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올해 구조조정 대상이 35개로 작년 43개보다 줄었습니다.

“올해부터 인문·예술 분야의 취업률을 적용하지 않은 데 따라 경과규정을 둬서 그렇습니다. 인문·예술 취업률을 포함하면 하위 15%에 들어가지 않는데 그것을 빼는 바람에 상대적인 순위가 떨어져 하위 15%에 들어간 대학은 구제했습니다. 그렇다고 구조조정 강도가 약해진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는 경영부실대로 지정돼도 컨설팅 외에 실질적인 제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지정된 경영부실대의 경우 내년에 입학할 학생들에게 주던 국가장학금 1유형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학생들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결국 퇴출에 가까워질 겁니다.”

▷인문·예술 분야는 계속 평가에서 빠지게 될까요.

“특성에 맞는 기준을 마련해 포함시켜야 합니다. 대학의 본질은 지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 아닙니까. 인문과 예술도 중요합니다. 다만 대학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긴 어렵기 때문에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만들어야겠지요. 그런 기준을 만드는 게 대학개혁위가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한 임무입니다.”

▷대학 구조조정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2018년이면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그 전에도 상당수 대학이 정원을 못 채우게 될 겁니다. 정원을 못 채우면 재정적으로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부실대에 다니는 학생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됩니다. 국민 세금으로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니까요. 현재는 대학 수를 줄여 입학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전부인 것처럼 강조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본래 목적입니다. 죽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살리는 구조조정입니다.”

▷부실대 퇴출 말고 다른 길도 있겠군요.

“대학 내에 학과들을 통합한다든가, 한 지역 내 대학들끼리 학과를 인수합병(M&A)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한 분야의 교수 100명이 10개 대학에 10명씩 나뉘어 있는 것과 2개 대학에 50명씩 있는 것 중에 어느 쪽이 경쟁력이 높을까요. 적어도 교수들이 특정 분야를 깊이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은 후자가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아직까지는 국내 대학들이 자기 것 지키기에 너무 급급합니다. 이렇게 가다간 모든 대학이 일정 비율로 정원을 줄여야 하는 사태가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원을 못 채우면 외국 학생으로 채우면 된다는 얘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이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을 가는 이유가 뭘까요. 그들이 우리보다 좋은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닙니까. 우리의 대학 교육이 외국 유학생이 스스로 찾아올 만큼 경쟁력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죠. 지금까지 우리는 대학을 들어가는 곳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대학 교육의 질을 중시하지 않았죠. 그러나 선진국 대학은 입학보다 졸업이 어렵습니다. 학사 관리가 철저한 만큼 국가도 발전하는 겁니다.”

▷상위권 대학은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5위죠. 국내에서 가장 좋다는 서울대가 영국 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서 50위 정도입니다. 대학 경쟁력이 이 수준이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상위권 대학들은 구조조정에서 무사하다는 게 절대 자랑이 아닙니다. 경쟁력을 높이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요, 정부의 대학 평가 방식도 그런 방향으로 바뀔 겁니다.”

▷지방대를 살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인데요.

“수도권에서 보면 똑같은 지방대일 수 있지만 그 지역에 가보면 지식과 경제와 문화의 중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이 부실하다고 무작정 없애는 것보다는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소도시별로 대학을 육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광역 경제권별로 대학 육성 정책을 세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충청권 대학들이 학과 간 M&A를 해서 각자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면 충청권이 전체적으로 발전하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구조조정 지표에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올해 지표를 허위로 공시하는 대학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습니다. 공시 정보가 사실과 다르면 재평가해 다음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했죠. 교내 취업은 3%까지만 인정하고 유지 취업률도 넣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학이 지표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건 절대 있어선 안될 일입니다. 지성인을 육성한다는 대학이 그래서 되겠습니까. 앞으로도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계속 찾을 겁니다.”

▷내년부터 정성적인 평가도 진행합니까.

“정성평가는 학교와 지역적인 특성을 다양하게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죠. 그러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국민적인 공감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교육부와 대학개혁위는 정성평가의 한 가지 방법으로 대학이 스스로 목표를 제시하고 얼마나 달성했는가를 평가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학 특성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고 구성원들이 대학의 목적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길이 될 겁니다. 또 교육의 질을 자발적으로 높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부실대가 스스로 문을 닫으려면 출연재산을 회수할 수 있는 등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설립자나 운영자가 악의를 갖고 재산을 빼돌리는 걸 허락해선 안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국고에 귀속되도록 하고 있는 겁니다. 교육 재단을 만든다는 건 기본적으로 사회에 공헌하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대학이 제 기능을 못할 때 공익적 성격을 가진 다른 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떨까 합니다. 평생교육시설이라든가 창업보육센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 송용호 위원장은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건축학과 학·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충남대 건축학과 교수로 임명돼 별다른 보직을 맡지 않았지만 2008년 총장직선제 교직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총장에 선임됐다.

총장으로 일할 때 법학전문대학원 등 4개 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산학연감사팀 설치를 통해 연구비의 부적절한 집행을 예방해 ‘연구비 관리 우수기관인증’을 받는 등 대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퇴임 이후 지난해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현재도 명예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단법인 도시·삶연구원 대표와 대청호보전운동본부 이사장, 행정중심 복합도시 추진 자문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기도 했다.

충남대 총장 시절 충남대와 공주대, 공주교대 통합을 추진했으나 통합을 반대하는 지역여론에 밀려 끝내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국립대 통합을 적극 추진하는 등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소신이 높게 평가돼 박근혜 정부 첫 대학구조개혁위원장에 임명됐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국·사립대의 구조개혁과 대학 간 통·폐합을 촉진하는 교육부 장관의 자문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