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쇼크. 지난 5월22일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양적완화 축소는 말 그대로 경기 부양을 위해 풀던 돈의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는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위한 출구전략의 전 단계로 ‘테이퍼링(tapering)’이라 부른다.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부풀었던 자산가격의 거품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글로벌 각지에 스며 들었던 달러가 급격히 회수되면서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하고 외환 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신흥국은 환율 급등으로 외환위기설까지 겪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이런 반응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거론되는 배경이 미국 경기 회복의 가시화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예정된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먼저 풀던 돈의 규모를 줄여서(tapering) 충격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풀었던 돈을 회수(exit)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한 게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며 일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공포가 남아 있다. 양적완화 축소에 대비하는 자세와 해외 지역별 투자전략은 무엇일까.
[해외투자 전략] 신흥국 보다 선진국, 채권보다 주식이 유망
○당분간 목표수익률도 낮게 잡아야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지만 연내 실시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다. 특히 경제 지표 호조가 지속되면 9월에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관건은 양적완화 축소를 어느 정도 규모로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다. 축소가 시작되면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각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회수되고 금리가 상승한다. 따라서 자금이 유출되는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 유망하고, 금리 상승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채권보다는 주식이 유망하다.

양적완화 축소 논란으로 시장이 혼란에 휩싸였지만 막상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울러 양적완화 축소 이후 자산시장 흐름도 선진국이 유리하고 채권보다는 주식이 나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최근 경제 상황에서 확신은 금물이다.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투자 비중을 너무 높지 않게 가져가야 한다.
[해외투자 전략] 신흥국 보다 선진국, 채권보다 주식이 유망
○미국과 유럽 투자는 중장기 ‘확대’

미국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이지만 양적완화의 가장 큰 수혜자다. 양적완화 축소 논란으로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도 조정을 받고 있지만 막상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가장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이미 금융위기 이전의 주가를 넘어섰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있지만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 대비 하락에 대한 부담이 작다. 따라서 주식의 경우 단기적, 중장기적 관점 모두 소폭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10% 이내의 낮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

최근 급등하던 금리가 단기적으로 일부 되돌려질 수 있으나 양적완화 축소 이후 금리는 장기적 상승 추세가 불가피하다. 채권의 경우 금리 상승 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인버스 상품이나 변동 금리부 채권 등이 유리하다.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유로존은 2분기 0.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7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선을 회복하는 등 하반기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7월 이후 유럽 증시의 자금 흐름도 긍정적이지만 유럽 주가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낮아 매력적이다. 아직은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중심의 불완전한 약진이고, 맹주격인 독일의 9월 총선도 만만찮은 변수지만 향후 점진적 경기 회복에는 큰 이견이 없다.

따라서 단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중립 의견이지만 6개월 이후 중장기 전망은 소폭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

○일본, 변동성 커지면 비중 확대

올 들어 가장 극적인 모습을 보인 나라는 사실 일본이다. 시장의 끊임없는 불신에도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의 위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 2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예상을 밑도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 중인 소비세 인상 결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주가가 단기에 너무 가파르게 상승했고 정책 성공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지만 정책당국의 일관된 방침을 감안하면 여전히 매력적이다. 선진국 중에 가장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가장 적은 비중으로 배트를 짧게 잡고 끊어 치겠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성장보다 구조개혁을 추구하는 중국은 바닥을 다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성장정책이 출시되는 가운데 기업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막대한 외환 보유액 등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여타 신흥국 대비 양적완화 축소에 강한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한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어 빠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손실을 본 기존 투자자라면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일시적 반등이 나타날 경우 비중 축소의 기회로 삼는 것이 좋겠다. 반대로 신규 투자자라면 양적완화 축소 이후 조정이 있을 때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 러시아는 중립, 인도는 비중 축소

브릭스 4개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브라질 러시아 인도는 양적완화 축소에 매우 취약한 나라들이다. 공통적으로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오는 자본수지 흑자 국가들이다. 이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가 실시되면 급격한 자금 유출로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환율 상승(통화 가치 절하), 주가 급락의 삼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최근 인도의 경우 루피화가 급락하면서 외환위기설에 시달리고 있고, 브라질 또한 금리 인상, 토빈세 폐지 등 다각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양적완화 축소가 실시될 경우 원자재 수요 개선으로 비빌 언덕이 있는 브라질과 러시아는 중립 의견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인도는 비중 축소를 추천한다.

[해외투자 전략] 신흥국 보다 선진국, 채권보다 주식이 유망
특히 최근 국내 많은 투자자가 가입한 브라질 국채의 경우 금리 급등과 헤알화의 급격한 절하로 매우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은 국가 부도사태까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고, 비과세를 목적으로 장기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성급한 손절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양적완화 축소 이후 상황이 안정되면 최근 환율 급락과 금리 급등으로 가격이 급락한 브라질 채권은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맞춤솔루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