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효과?…중소형 '집값 바닥' 신호
서울·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멈춘 것 아니냐는 ‘중소형 바닥론’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매매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8·28 전·월세 대책’ 발표 전후로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데다 수요가 몰리는 중소형 집값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어서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서울·수도권 중소형 아파트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봉천동 관악현대 전용면적 59㎡는 2억7000만원으로 최근 1주일 사이 500만원 올랐다. 전농동 SK 전용 59㎡도 1000만원 상승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신고일 기준)는 2491건으로 7월에 비해 30% 늘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거래 규모는 작년 8월이나 9월과 비교해도 200~300건 많다”며 “대부분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전용 84㎡ 이하가 거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에 비해 집값 하락폭이 커 전세가율이 높은 수도권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더 뚜렷하다. 특히 중소형 단지가 많은 군포·안양·안산 등에서는 지난주를 기준으로 집값이 오름세(부동산114 자료)로 돌아섰고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

지난 7월 말 2억8000만~2억9000만원에 팔린 안양시 비산동 삼호뉴타운 5차 전용 84㎡는 최근 급매물이 팔리면서 가격이 3000만~4000만원 뛰었다. 군포시 산본동 삼성공인의 정연희 대표는 “계약이 거의 없다가 최근 한꺼번에 3채가 거래됐는데 모두 중소형”이라며 “중소형 집값은 빠질 만큼 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인근 금강공인의 조경선 대표도 “산본주공 11단지 전용 36~44㎡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자 매수 문의가 전용 59㎡ 이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 값 하락세가 지속되는 데다 투자심리를 자극할 만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폐지 등 규제 완화 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 ‘중소형 바닥론’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자 사이엔 집값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다”며 “각종 규제 완화 법안이 9월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중소형 바닥론도 ‘단기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