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유화학 무섭게 쫓아오는데…울산·여수 투자 2조3000억 발 묶여
재계가 지난 5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외촉법 개정을 통해 지역경제 활력을 높이고 투자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건의서를 27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주식 100%를 보유해야 한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조항이다. 하지만 경제계는 증손회사 지분 규정이 외자 유치를 위한 지분 공동 투자, 합작 및 제휴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상의는 건의서에서 울산과 여수에서 국내외 기업이 계획 중인 2조3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 합작투자가 증손회사 지분율 규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JX에너지, 다이요오일 등과 합작사업을 준비 중인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 GS칼텍스 등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상의는 “해당 석유화학 관련 제품은 향후 아시아 지역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설비 증설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며 “투자 적기를 놓치면 중국에 사업 기회를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외국인 합작투자에 한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주식 의무보유 비율을 10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의 외촉법 개정안을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의 입법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대기업을 위한 특혜 조항이란 야당의 반발에 막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상의 관계자는 “증손회사 규정의 적용을 받는 일반 지주회사 중 약 75%는 중견·중소기업의 지주사여서 대기업 특혜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손자회사와 증손회사를 보유한 중견·중소 지주회사도 58개에 달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소기업도 외자유치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상의는 건의문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촉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1970년대(20% 이상), 1980년대(12.6%), 1990년대(9.1%), 2000년대(3.4%)로 꾸준히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2분기에 -5.1%를 기록하는 등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 작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액은 전년 대비 3.3% 줄어든 99억달러(세계 31위)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FDI 규모(0.86%)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5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게 상의 측 설명이다.

상의는 “대규모 합작투자가 무산되면 석유화학 허브로서 울산과 여수의 명성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손지분 규정 때문에 묶여 있는 합작투자는 전남 지역 연간 설비투자의 17%, 울산 연간 설비투자의 20% 규모에 해당한다.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만 3만1100여명에 달해 합작이 취소되면 지역 내 생산과 지방세수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국가경제 전반의 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투자에 부담이 되는 걸림돌을 해결해주는 차원에서 외촉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