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방송사인 `미디어셋'의 세금 횡령 공모 혐의로 1, 2심에서 4년형을 선고받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대한 형량을 최종 확정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그러나 5년간 공직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판결은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미국 영화 3천 편의 판권을 비싸게 구입한 것처럼 꾸미고서 차액을 가로채는 방법으로 세금을 횡령한 혐의로 4년 형과 5년간 공직활동 금지 판결을 받고 항소했으나 지난 5월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정치생활을 하면서 30건이 넘는 다양한 재판을 받았지만 실형을 확정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76세의 노령임을 감안, 교도소에 수감되는 대신 가택연금이나 지역사회 봉사를 하게 될 전망이다.

형량 또한 지난 2006년 제정된 사면법에 따라 자동으로 4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 상태이다.

아울러 대법원이 5년간 공직활동 금지 판결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베를루스코니는 당분간 상원의원 직과 이탈리아 연정의 한 축인 중도 우익 자유국민당 지도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법원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대한 실형 확정은 그가 이끄는 자유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중도 좌파 민주당 출신 엔리코 레타 총리 정부의 안정성을 위협하게 됐다.

베를루스코니는 정부에서 아무런 역할도 맡지 않고 있지만 자유국민당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실제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대법원이 그에 대한 일부 혐의의 기소 시한 만료를 막기 위해 상고심을 8월로 앞당기자 의회 업무를 지연시키고 있다.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이 나온 뒤 성명을 통해 "분열된 이탈리아의 개혁을 위해 이제 평정심과 단결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 측에서는 대법원의 이번 확정 판결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의회의 제3당인 `오성운동'을 이끄는 베페 그릴로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베를루스코니는 사망했다.

그에 대한 형 확정은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마찬가지"라고 환영했다.

실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세 차례나 총리직을 맡으면서 가장 오랜 기간 재직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6월 여성판사 3명으로 구성된 밀라노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와 뇌물 등 권력남용 혐의로 7년 형과 평생 공직 진출 금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좌파 정치인의 전화 통화를 불법 도청해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는 등 현재 몇몇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고, 나폴리에서는 전직 상원의원을 매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