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판결문 완료 못했다' 1주일 지나도록 안 넘겨
검찰, 판결문없이 상고 `해프닝'…법원 "법적 문제없다"


형사재판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뒤 1주일이 지날 때까지 재판부가 판결문을 작성하지 않아 검찰이 판결문도 보지 못한 채 상고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상득(78)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2월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이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 3억원을 받은 혐의와 관련 "유일한 증거인 김 전 회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의 감형 판결에 검찰은 승복할 수 없다며 당연히 상고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재판부에 판결문을 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직 판결문 작성을 완료하지 못했다'면서 선고일로부터 1주일이 지날 때까지 이를 보내지 않았다.

심지어 킥스(KICS: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도 판결문을 등재하지 않아 검찰은 왜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내려졌는지 상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채 법정에서 재판부가 구두로 설명한 판결요지 및 주문만 듣고 대법원에 상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 374조는 '상고의 제기기간은 7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판결문을 기다리다가는 상고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해당 재판부의 판결문 송부 지연 행위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일단 판결을 선고한 뒤 판결문을 작성하는 사법부의 '외상 판결' 관행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판결문 등재나 송부 지연으로 피고인이나 검찰이 상고 여부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거나 상고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상득 전 의원 재판과 같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은 선고와 함께 판결문을 등재·송부해야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판결문 작성 지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44조는 '검사의 집행지휘를 요하는 재판은 재판서 또는 재판을 기재한 조서의 등본 또는 초본을 재판의 선고 또는 고지한 때로부터 10일 이내에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직 선고일로부터 10일이 지나지 않았고 상고이유서는 당사자가 대법원으로부터 상고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제출하면 되는 만큼 충분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소법은 기본적으로 변론 종결 기일에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5일 이내 판결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여유를 뒀다"면서 "이상득 전 의원 재판과 같이 따로 선고기일을 정한 경우에는 미리 판결서를 작성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