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세무조사 추징·2008년 차명재산 고발 안한 배경 주목

검찰이 CJ그룹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국세청이 과거 CJ측 탈세정황을 포착하고도 고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국세청과 검찰 등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2008년 CJ그룹의 전 재무팀장 이모씨의 살인교사 의혹을 수사하던 중 이재현 회장의 거액 차명재산이 처음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압수한 이씨의 USB를 통해 이 전 팀장이 관리하던 이 회장의 차명재산이 약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서울지방국세청에 "CJ그룹을 조사해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달라"는 협조 의뢰 공문을 보냈다.

서울국세청은 그러나 같은해 하반기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이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세금 1천700억원을 징수했지만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당시 서울국세청의 고발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적법한 처리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말했다.

조세범 처벌 절차법에 따르면 국세청은 조세범 처벌법을 어긴 '조세범칙' 사건에 대해 '조세범칙 조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한다.

대상은 조세포탈, 조세 회피를 위한 명의대여, 성실신고 방해, 무면허 주류·가짜석유의 제조 및 판매 등이다.

위원회는 국세청 공무원 6명, 외부인사 8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의 심의 결과 위법성이 인정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게 된다.

당시 국세청의 조사 자료만으로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이 '선대 재산'이라는 CJ측 주장을 뒤집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분석 자료나 보다 구체적인 수사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는 차명재산이 횡령 등 범죄로 인한 비자금이라는 볼 근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날 자료를 내고 "유관기관 수사과정에서 조세포탈 혐의가 발견된 경우 전속고발권 규정에 따라 국세청에 고발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 포탈 여부, 세액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통보된 자료를 검토한 후 조사 착수 여부를 판단하고 실제 조사한 경우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조세포탈 및 고발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적법 절차에 따라 조세범칙 사건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당시 국세청이 고발하지 않은 부분과 관련해선 범죄 혐의점이 현재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차명재산 중 거액의 비자금이 상당 부분 섞여있다는 사실은 5년여가 지난 최근에야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CJ그룹이 2006년 당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차장에게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을 최근 밝혀냈다.

이와 관련, 국세청이 이 회장의 주식 이동 흐름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약 3천억여원의 세금 탈루 정황을 파악했지만 제대로 추징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 전 청장과 허 전 청장 등을 통한 CJ 측의 국세청 로비가 제대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이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내달 1일 오전 소환조사키로 하는 등 수사가 핵심으로 향하고 있어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홍국기 기자 dk@yna.co.kr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