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 폐지법안 발의…교육시민단체 지정취소 목소리
교육부·시교육청 '제도 보완해 유지'에 무게

영훈국제중의 입시비리가 16일 검찰수사에서 확인되면서 국제중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영훈국제중을 지정 취소하라는 요구에서 나아가 국제중 제도 자체를 없애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국제중에 대한 수요가 있으므로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유지한다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

◇갈등 속에서 태어난 영훈·대원국제중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2006년 8월 서울에 국제중 2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 서울지역 국제중 탄생의 시작이었다.

당시 특성화중학교를 지정·고시할 수 있는 권한이 교육부 장관에서 시·도교육감으로 이양된 상태였다.

최초의 국제중인 부산국제중은 1998년 정부가 지정했고, 2001년 관련 법령 개정으로 경기 청심국제중은 2005년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했다.

참여정부가 국제중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갈등을 빚던 영훈·대원학원은 국제중 설립 신청을 철회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공 전 교육감은 2008년 8월 국제중 지정 협의를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했다.

교과부는 9차례 협의 끝에 국제중 지정계획에 동의했고 그해 10월 영훈·대원중은 국제중으로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진보단체들은 수월성 교육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대했다.

지역주민과 교육·시민단체는 국제중 설립으로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와 의무교육 무상 원칙 등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으나 각하됐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논란에서 교육청 감사…수사까지
올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사회적 배려대상자(사배자)전형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중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국제중 입학과정에서의 부정 의혹까지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영훈·대원국제중 감사에 착수했다.

사배자 전형이 부유층 자녀의 입학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교육부는 4월 비경제적 대상자 전형에 소득 8분위 이하에 준하는 가정의 자녀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서울시교육청이 5월 발표한 감사결과 영훈국제중이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성적을 조작하는 등 입시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됐다.

시교육청은 교감을 비롯한 관련자 11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감사자료 일체를 수사자료로 제공했다.

검찰은 영훈국제중·초등·고교와 학교 관계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영훈국제중 행정실장을 학부모로부터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 아들은 자퇴하고 중국 상하이로 유학을 가기로 했고, 영훈국제중 교감이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제중 지정 취소·제도 폐지 목소리
비리의혹이 이어지자 '귀족학교'로 전락한 국제중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한번 끓어올랐다.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과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각각 국제중의 설립 근거를 없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간 1천만원이 넘는 국제중의 비싼 학비와 학생들의 출신지역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진후 의원실이 국제중학교의 신입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훈국제중 올해 신입생 160명 중 사립초등학교나 강남·서초·송파구의 국공립초등학교 출신이 78명으로 48.8%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10학년도 43.8%, 2011학년도 40.2%, 2012학년도 46.9% 등 꾸준히 40%를 웃돌았다.

대원국제중은 신입생 164명 중 71.3%인 117명이 사립초등학교나 강남 3구 출신이었다.

이와 달리 해외 거주 학생은 1∼3명에 불과해 '장기 해외 거주학생의 교육연계성 강화'라는 국제중의 설립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정부·여당·교육청 제도 보완에 무게
정부와 여당은 국제중 폐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지난달 11일 열린 교육문화 당정협의에서 국제중 제도의 폐지보다 보완에 논의의 무게 중심이 실렸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국제중 폐지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폐지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같은 날 "어느 정도 제도적 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니면 더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한지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교육당국은 국제중 지정 취소도 현행 법령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시·도교육감이 5년마다 운영 성과를 평가해 지정을 취소할 수 있어 영훈·대원국제중의 지정 취소는 2015년에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행령은 개정 권한이 정부에 있어 '의지'만 있다면 지정 취소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또 '특성화중학교의 지정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한다'는 시행령의 또 다른 조항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교육당국이 국제중을 폐지하거나 지정을 취소하는 것보다는 제도 보완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6월13일 2015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영훈·대원국제중의 신입생 전원을 서류전형 없이 추첨으로 선발하겠다는 비리 근절책을 발표했다.

'전원 추첨'이라는 극약처방으로 국제중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 "조기유학 수요, 해외 체류 후 귀국자 수요 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만큼 국제중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나아가 "오히려 국제중을 확대 지정하는 것이 비리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육부는 국제중의 성과를 평가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고은지 기자 pseudo@yna.co.kr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