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전직 요원 "정신이상 없도록…해리포터도 열독"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9·11 테러범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가 정신 이상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그에게 진공청소기 설계를 허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0년 전 그가 갇혀 있던 루마니아 비밀감옥에서다.

CIA의 이러한 이례적인 판단은 9·11 테러의 주범으로 드러난 그의 정보가치가 상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복수의 전직 요원들이 전했다.

11일(현지시간)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모하메드는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11월 붙잡힌 뒤 2년여간 폴란드 비밀감옥에서 고문당하며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CIA 감찰 결과 그는 당시 180여 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적도 있고, 물고문도 183차례나 당했다.

고문은 2003년 폴란드 비밀감옥이 폐쇄되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신설된 비밀감옥으로 그가 이감되고 나서야 멈췄다.

CIA는 이때부터 모하메드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다.

고압적 신문으로 진술을 강제로 끌어내는 대신 스스로 강연하듯 자신의 성장과정과 지하드(이슬람 성전) 동참 배경을 말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과자, 차와 같은 간식거리까지 준비됐다.

특히 그는 스니커즈와 함께 독서 기회도 주어져 해리포터 시리즈의 열혈 독자가 됐으며, 공학도 출신으로 인터넷 자료를 바탕으로 진공청소기를 설계하는 '놀이'까지 허용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요원은 "수감자가 미치광이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군 의료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들 노력은 나름대로 결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관타나모기지 수용소에 갇혀 있는 모하메드는 과거 함께 비밀감옥을 거친 다른 9·11 테러범들에 비해 정신 건강이 양호한 편으로 나타났다.

공범 압드 알 라힘 알 나시리는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고 있고, 람지 비날시브는 정신분열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다.

모하메드가 실제 진공청소기 설계를 마쳤는지, 그 설계도가 아직 남아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IA는 진공청소기 관련 내용에 논평을 거부했다.

모하메드 대변인인 제이슨 라이트도 "믿기 어렵겠지만, 진공청소기에 대한 의뢰인의 관심에 대해 논하는 것은 미국 정부와 국민을 엄청난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는 지침을 받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