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기장 8초전 긴박 감지…'복항' 시도 추정
고도·속도 낮은 것은 여전히 의문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향해 순항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동체 꼬리부분이 방파제에 충돌하기 8초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9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국토교통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을 준비하던 아시아나 항공기는 충돌 8초전부터 이상을 감지하고 복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조사 결과 충돌 8초 전 스로틀(throttle)을 전방으로 밀어 추력증가를 시도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 그 근거다.

착륙이 임박한 상황에는 통상 엔진을 거의 줄이는 것을 감안할 때 추력를 증가하려 했다는 것은 다급함을 느낀 상황에서 기장이 복항을 위해 엔진 출력을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당초 착륙 1.5초전 기장이 '고 어라운드(go-around)'를 외치면서 복항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던 것에 비해 6.5초 앞선 것으로 이미 기장이 최대 8초 전부터 이상기운을 감지했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NTSB 발표상 당시 50%로 떨어졌던 엔진 출력이 3초 전부터 높아졌다는 것으로 볼 때 8초 시점에 기장이 엔진 출력을 높였으나 3초 전 최저속도인 시속 191km로 떨어져셔야 출력이 높아졌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 대학교수는 "비행기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착륙시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복항을 시도해도 바로 내려가는 속도를 '0'로 떨어뜨리고 다시 올라가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정확하게 속도와 높이, 시간 등 역학관계를 분석해봐야 겠지만 8초는 복항을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항공 전문가는 "조종사마다 습성이 있는데 통상은 '고 어라운드' 선언과 동시에 행동에 옮기지만 위급상황에서는 일단 추력을 높이고 뒤늦게 고 어라운드를 선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기장이 8초 전에 복항을 시도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속도가 생각보다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속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운항속도를 조정하기 때문에 8초 시점에 나타난 엔진 출력 상승이 복항을 시도한 것인지, 속도조절을 위한 것인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8초 전에 복항을 시도했는데 속도가 충돌 직전에야 오르기 시작한 것을 두고 엔진 성능 등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 사고기 조종사도 우리 조사반 관계자에게 "출력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조사반은 이에 대해 "레버를 당기면 출력이 올라갈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충돌했다.

그 진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멀쩡히 운항하던 비행기가 8초 전에야 위급상황을 인지한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미 조사 결과대도라면 착륙시 비행 각도가 낮았고 착륙시 속도가 196km로 활주로에 접근할 때의 권장속도인 254km에 한참 모자랄 정도로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도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기인 B777기종에는 적절한 속도와 고도를 유지하도록 동력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오토 스로틀(auto throttle)' 이 있는데 속도가 떨어지고 고도가 낮아졌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B777을 운항중인 국내 항공사의 한 수석기장은 "통상 B777을 운항할 때 오토 스로틀을 켜놓고 일정 속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스위치를 임의로 끌 수는 있지만 비행 규정상 함부로 끄진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오토 스로틀 작동 여부는 블랙박스를 해독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당시 자동착륙 유도장치(Glide Slope)가 고장나 수동으로 전환해 착륙을 시도하더라도 '파피'(빠삐·PAPI)라고 부르는 착륙 유도등이 있고 기내의 계기장치를 이용해 착륙을 할 수 있다"며 "어떤 이유로 각도와 속도가 정상 이하로 떨어졌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