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이슬람주의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가 집권 1년만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군부의 개입으로 결국 권좌에서 쫓겨났다.

과거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2011년 거센 `아랍의 봄' 파고에 밀려 물러난 데 이어 무르시 대통령도 정책 실정과 민심 이반으로 실각하면서 이집트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치닫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 야권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무르시 대통령과 집권 무슬림 형제단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의 불투명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집트 군부가 3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하고 조기에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9시께(현지시간) 국영TV 생방송에서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무르시가 이집트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게 이유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동안 이집트 국민과 군부의 퇴진 압박에도 사임을 거부해온 무르시는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약 1년만에 대통령직을 잃게 됐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지난달 30일 시작해 나흘간 이어진 뒤의 일이다.

엘 시시 장관은 이어 현행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아들리 알 만수르 헌법재판소 소장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만수르 소장은 4일 임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할 예정이다. 엘 시시 장관은 정치 일정이 담긴 로드맵을 설명하며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다시 치르고 국가 통합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러한 내용의 로드맵은 광범위한 정치 세력의 동의를 받았다는 것.

엘 시시 장관의 발표 회견장에는 범야권 그룹 구국전선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이집트 최고 종교 기관 알 아즈하르의 수장인 아흐메드 알 타이예브 대(大) 이맘, 이집트 콥트교의 교황 타와드로스 2세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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