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층 일부가 기성 법질서를 무시하고 무력 등 비합법적 수단으로 권력을 탈취하는 행위.’

쿠데타의 사전적 정의다. 여기에 따르면 군대가 나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국가원수의 권한과 헌법을 정지시킨 이집트 사태는 쿠데타에 해당한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쿠데타’라는 용어를 피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데타로 규정하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탄생할 새로운 정권과 가능한 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무르시 정권을 전복시키고 헌정을 중단한 이집트 군부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도 ‘쿠데타’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민간에 조기 권력 이양을 촉구하면서도 “이집트의 미래는 이집트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군부의 정권 탈취를 묵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무르시 축출을 주도한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과 최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으로선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기반으로 한 무르시의 자리를 친미 성향이 있는 이집트 군부가 대체하는 게 이로울 수 있다. 다만 “쿠데타 세력을 돕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이집트에 대한 연 15억달러 규모의 군사·경제 원조는 재검토하기로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집트 국민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군부의 개입은 우려할 일”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며 향후 이집트 정국을 우려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