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업체들이 3일 세아제강, 휴스틸 등 10곳의 한국업체가 수출하는 유정용(석유 시추용) 강관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해달라는 청원서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했다. US스틸 등은 한국산 제품의 수입단가가 전체 평균의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 수출 물량의 50~60%를 미국으로 보내는 세아제강 주식이 이날 12% 넘게 급락하는 등 벌써부터 충격파가 나타나고 있다. 아주베스틸, 대우인터내셔널,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일진철강, 금강공업, 넥스틸, 넥스틸QNT 등 같이 제소를 당한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반덤핑 공세에…비상걸린 '수출 한국'

○신흥국 중심 수입규제 증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는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 제품을 상대로 한 반덤핑 제소, 상계관세 부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3대 수입규제 건수는 2008년 5건(그해 새로 생긴 규제 건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9년 8건, 2010년 9건, 2011년 12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작년에는 21건으로 재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들어서도 현재까지 이미 12건을 기록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불황과 업체 간 경쟁 심화로 동남아시아 호주 등지에서 잇따라 한국산 철강재에 반덤핑 판정을 내리고 있다”며 “최근에는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의 업종에서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수입규제 130건 중 상당수는 신흥국이 제기했다. 인도가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7건, 브라질·터키 각 10건 등이었다. 멕시코가 한국산 자동차 강판에 반덤핑 잠정관세를 부과한 것을 비롯해 염화메탄(인도), PVC 필름(콜롬비아), 전기주석 도금강판(말레이시아), 유입식 변압기(아르헨티나) 등이 반덤핑 제소를 당했다.

업종별로는 화학공업이 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철강 및 금속(44건), 섬유류(15건), 전기전자(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을 따라잡으려는 신흥국들이 경쟁력 차이가 크지 않은 화학이나 철강 쪽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소송까지…대책 절실

한국 기업들은 대규모 소송에도 시달리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신일본제철로부터 1조3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신일본제철은 포스코가 전기강판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오롱도 미국 듀폰과 1조원대의 슈퍼섬유 특허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국 월풀은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소송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보호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며 “현지 정보가 많은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해 수출 장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은 “한국은 대표적인 무역흑자국이기 때문에 규제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며 “현지화 비중을 높이고 수출 규정 등을 세심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