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 부동산 '큰손', 올 18억弗 투자…中 제쳐
한국이 미국 부동산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한국 자본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18억3000만달러(약 2조1000억원)에 달해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국가 중 2위를 차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의 미국 부동산 투자 규모가 올 6월 중순까지 총 52억달러(약 5조9982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속도라면 한국의 올해 총 투자액은 전년 대비 약 세 배가 넘을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1위는 올 들어 미국 부동산에 18억7000만달러를 투자한 싱가포르다. 중국은 15억2000만달러로 한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1980년대 일본 기업이 공격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사들였듯 이제 싱가포르, 한국, 중국의 일반 기업과 국가 연기금이 돈을 쏟아붓고 있는 모습이다.

아시아 투자자들은 주로 하와이의 리조트와 쇼핑몰, 시카고 강변의 초고층 빌딩, 뉴욕 콘도 등을 사들였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시카고 225웨스트 웨커 건물을 매입했고,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샌프란시스코 사무용 건물과 마우이 리조트를 샀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확실한데도 아시아에서 미국 부동산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인구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고령화로 인해 자금이 쌓인 연금펀드들이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 한국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최근 뉴욕을 여러 차례 방문해 최소 1억달러 규모의 오피스 건물과 호텔, 쇼핑몰 등의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부동산 재무 투명성도 매력이다. WSJ는 “아시아 국영펀드가 분산 투자를 위해 미국 부동산을 택하고 있다”며 “안정성과 재무 투명성 측면에서 신흥시장보다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해외 투자 규제를 완화한 점도 미국 부동산시장에 투자 붐을 몰고 온 이유라고 WSJ는 분석했다. 하워드 로스 언스트앤영 글로벌 부동산 책임자는 “아시아 투자자들은 주로 수익률의 압박을 덜 받는 사람들”이라며 “사모펀드와 같은 단기 투자처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처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