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갤러리의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전에 출품된 이용백의 2011년작 ‘브로큰 미러’. 학고재갤러리 제공
학고재갤러리의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전에 출품된 이용백의 2011년작 ‘브로큰 미러’. 학고재갤러리 제공
현대미술은 지나치게 개념적이다. 감각의 자극에 치중하고 크기로 압도한다. 그러나 관객을 놀라게는 하지만 반드시 그에 걸맞은 감동을 유도하지는 못한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20일부터 오는 7월28일까지 열리는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은 그런 현대미술의 과잉 자극과 과장된 제스처보다는 소박한 크기와 작가의 진정성으로 관객의 감동을 유도하는 전시다. 니유위 이석 이용백 진양핑 추안슝 허수영 등 한국과 중국의 차세대 유망주 6명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는 이들의 회화, 비디오, 설치 등 3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중국 작가 3인은 1970년, 1980년대에 출생한 신세대들로 이념의 갈등이나 대립 같은 정치·사회적 메시지에 집착한 선배 세대와 달리 작가 개인의 내면 목소리를 내는 데 몰입, 달라진 중국 미술계의 흐름을 보여준다.

니유위는 망치로 두드려 납작하게 만든 동전의 표면 위에 세밀화 기법으로 송대 문인화를 그려 넣어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꾀한다. 추안슝은 난세에 현자가 땅 속에서 숨어 때를 기다린다는 ‘주역’의 내용을 바탕으로 어둠 속에서 타들어가는 촛불의 파노라마를 비디오로 재현한다. 진양핑은 전통 무술이나 경극에서 따온 모티프를 중국 현대의 풍경 속에 융합해 시공이 뒤섞인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한국에서는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이용백 씨가 ‘브로큰 미러’ 시리즈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거울 모양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산산조각나는 유리의 움직임과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울의 상태를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실재의 시간과 가상의 시간이 오버랩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재독작가 이석 씨의 구체성과 추상성의 연결고리를 찾는 시도와 허수영 씨의 상상력으로 조합된 허구의 풍경들도 관객과 만난다.

전시를 기획한 윤재갑 상하이 하오미술관 디렉터는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미술계에도 진정성과 속물성이 공존한다”며 “이번에 소개하는 작가들은 소박하지만 관객의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신예들”이라고 설명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