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수신장비 보급률·방영물 부족 때문

미국 최대의 스포츠 채널인 ESPN이 3D(입체영상) 채널 사업을 접는다.

이에 따라 3D 채널의 시장성을 놓고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3D 채널이 불과 몇 해 전만해도 고화질(HD) 영상의 뒤를 이을 차세대 사업으로 주목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다.

월트디즈니사가 사실상 사업을 주도하는 ESPN의 이번 결정은 시청자들이 더는 3D 채널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실패한 사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ESPN은 "가정에서 3D 채널을 보는 시청자가 적어 최근 3년간 운영해온 3D 채널을 더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엄청나게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ESPN마저 이 사업을 접자 기존 시청자들이 여전히 3D 채널을 선호할 것인지 등을 놓고 시장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미디어산업 관련 웹진을 운영하는 필립 스완은 "최근 몇년간 ESPN이 3D 채널 사업을 유지할지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면서 ESPN의 조치를 계기로 이 사업이 더는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3D 채널을 보유한 디스커버리, 소니, 아이맥스 등은 ESPN의 결정에도 이 사업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케이블·위성 방송 사업자들은 앞으로 3D 채널 사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대변인은 "3D 채널은 연구·개발과 같은 분야"라면서 사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3D 채널 사업은 최근까지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3D 채널로 방영된 프로그램은 36개에 불과했다.

이는 3D 사업이 정점에 달했던 2011년에 비해선 20%가 적은 분량이다.

3D 채널 사업의 수익이 늘어나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2009년 12월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3D 영화 `아바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TV사업자들도 앞다퉈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사업 초기부터 각 가정에서 3D 채널 시청을 위한 안경 구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3D 채널 방영물이 애초 기대만큼 시청자들의 눈을 압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하계올림픽 경기를 3D 채널로 방영한 NBC유니버설사가 아직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3D 채널로 방영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다.

각 가정에 3D 채널을 볼 수 있는 수신 장비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데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확 끌어들일 만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3D 채널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뉴욕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