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이례적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도 유사 흐름

중도파 후보가 승리한 이란 대선 결과와 터키 이스탄불의 공원 재개발 공사에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의 밑바닥에는 이슬람주의 정부의 권위적 통치에 대한 반발이라는 공통된 흐름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란과 터키에서는 이슬람교 가르침을 강조하는 정권이 장기집권하며 표현할 권리 등 기본권을 억압하는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여왔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고 종교지도자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는 '신정 정치'가 이어진 가운데 2005년 취임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안팎에서 보수 강경 노선을 견지했다.

2009년 대선 때 부정선거 논란에 따른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것과 핵개발 등 대외정책에서 서방과 대립해 금융 거래 제한과 석유 금수 등 미국와 EU의 각종 경제 제재를 불러온 것이 단적인 예다.

터키에서는 2003년 이후 10년간 장기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내부 반발을 무시한 채 주류 규제 법안 통과를 주도하고 낙태 금지법을 추진하는 등 이슬람 색채가 강한 정책을 밀어붙였다.

최근 시위 사태를 촉발한 이스탄불 탁심 광장의 게지 공원 재개발과 관련해서는 오스만 제국 당시 포병부대를 짓겠다고 말해 세속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건국이념 '케말리즘'을 뒤흔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상을 깬 중도파 대선 후보의 승리(이란)와 사상 초유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터키)는 이처럼 이슬람 성향이 짙은 정부의 통제에 억눌려온 이란과 터키 국민이 '변화에 대한 열망'을 분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란 국민은 2005년 집권 이후 안팎으로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펼쳐온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뒤를 이을 새 대통령으로 유연한 중도주의 노선을 취해온 하산 로우하니를 뽑았다.

당초 결선 투표까지 가는 혼전이 점쳐졌으나 로우하니 후보는 50.71%의 지지를 얻어 낙승했다.

대선 후보 모두 정부의 '허가'를 받아 신뢰할 수 없다며 투표를 거부한 일부 사례도 있지만 72.7%에 달하는 높은 투표율도 변화에 대한 이란 유권자들의 열망을 잘 보여준다.

이란 이스파한의 자연과학연구소 직원인 마수드(28)는 "아마디네자드가 경제를 망쳤다.

그는 핵밖에 모른다"며 "그의 집권 기간 수많은 언론사가 문을 닫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은 철저히 차단됐다.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 국민도 유례가 없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통해 분노를 표시했다.

여성들이 시위 주축 세력으로 참가하고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여겨진 청년층까지 가세하는 등 향후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워싱턴의 근동정책연구소(INEP)의 연구원 소네르 사가프타이는 "터키에서 이런 규모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바라는 터키 중산층의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이를 두고 "역사를 통틀어서 모든 사회에는 아고라나 포럼, 광장처럼 함께 모여 의견을 표시하고 연대와 위안을 얻는 공간이 존재했다"며 "그러나 이란과 터키의 지도자 모두 이런 본질적인 표현의 형태를 억압해왔으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